[트럼프 "군사옵션 선택한다면 북한에 대단히 파괴적일 것"]

北과 거래하는 외국은행들, 달러화 시스템서 사실상 배제
중국과 합작한 은행 3곳 포함 북한인 26명도 제재 명단 올려
2010년 이란 금융제재와 비슷… 이란, 5년뒤 결국 美와 핵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6일(현지 시각) 북한 은행 10곳에 대한 제재를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의 개인·기관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닷새 만에 본격 실행에 들어간 것이다.

미 재무부는 이날 조선중앙은행과 조선무역은행, 농업개발은행, 제일신용은행, 하나은행, 국제산업개발은행, 진명합영은행, 진성합영은행, 고려상업은행, 류경산업은행 등 북한 은행 10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하나은행과 진명합영은행, 진성합영은행은 북한과 중국이 합작해 만든 은행이다. 미국이 북한 은행뿐 아니라 중국과 관련 있는 은행도 제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이 은행들의 중국, 러시아, 홍콩, 리비아, 아랍에미리트(UAE) 국외 지점장 등으로 근무하는 북한인 26명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번 제재로 이 북한 은행들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국제 금융망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은행들을 달러화 시스템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0년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미국이 시행했던 세컨더리 보이콧과 비슷하다. 당시 미국은 이란의 모든 금융기관을 '자금 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 금융기관들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돈줄을 차단했다. 결국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고립된 이란은 2015년 미국과 핵 합의를 했다.

러시아로 간 北 최선희 국장 - 26일(현지 시각)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국장이 청사를 나오고 있다. 최 국장의 이번 방문은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미·북 중재자를 자처하는 러시아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최 국장은 북한 대미 외교의 핵심 실무자다.
러시아로 간 北 최선희 국장 - 26일(현지 시각)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국장이 청사를 나오고 있다. 최 국장의 이번 방문은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미·북 중재자를 자처하는 러시아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최 국장은 북한 대미 외교의 핵심 실무자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우선 북한의 은행·개인을 대상으로 정하고, 이후 이들과 거래한 외국 기업·개인 순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단계적 제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다음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이 주된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2005년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단천상업은행, 조선연봉총회사 등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북한 기업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뒤 순차적으로 이들과 거래한 중국·홍콩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 재무부는 또 북한을 오가는 선박을 제재하는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뱃길을 통제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새로운 제재는 전 세계에서 북한 은행들과 이 은행들을 대신해 활동해온 조력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키는 전략을 한 단계씩 진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북한 은행 제재와 관련해 "평화적 압박 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진 '전면적 조치'로, 미국 정부가 여러 수단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을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는 또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방중(訪中)과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무부가 돈줄을 죄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군사 옵션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우선적인 것은 아니지만 만약 그것(군사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할 것이고, 그것은 북한에 대단히 파괴적일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 김정은에 대해선 "그는 매우 나쁘게 행동한다"며 "절대 해서는 안 될 것들을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라호이 스페인 총 리에게 스페인이 북한 대사를 추방한 데 대해 "감사한다"고 했다.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의 재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게 되는 시기에 대해 "3개월이든, 6개월이든, 18개월이 되든 곧 될 것"이라며 "북한이 그런 능력을 갖추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가정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8/20170928002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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