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정부기관·軍 지휘하도록 전국 95개 거점에 통신망 있는데… EMP 영향 막는 '차폐시설' 없어
정부, 2020년까지 354억 투입… 95곳 중 3곳만 차폐 설치할 듯
 

전쟁과 같은 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 일반적인 통신망은 파괴되거나 작동이 안 될 수 있다. 대통령의 군사·행정상 지시가 전달되지 못하게 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전국 95개 거점에는 '국가지도통신망'이 설치돼 있어 유사시에 대통령이 국가 주요기관과 군을 지휘할 수 있도록 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이 통신망에 차폐(遮蔽) 시설이 돼 있지 않아 북한의 핵EMP(electromagnetic pulse·전자기파) 공격에 대해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반 유·무선 전화와 군 통신망이 마비됐을 경우에 대비한 '국가지도통신망'이 EMP 공격 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가지도통신망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전력거래소 등 92개 정부 기관과 군부대 3곳에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3곳에는 통제센터가 설치돼 통신망 운영을 관리한다. 이 95개 국가지도통신망 거점에는 전시(戰時)나 국가 비상사태 때 대통령이 주요 정부 기관이나 군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자체 유·무선 통신망을 구축해뒀고, 이마저도 끊길 경우에 대비해 위성통신망도 구축돼 있다. 실제 정부는 을지연습이나 키리졸브 훈련 등 대규모 행정·군사훈련을 할 때 국가지도통신망을 가동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지도통신망도 전자통신망이기 때문에 EMP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도 차폐시설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관련 전문가 등에 따르면 북한이 서울 상공 30~100㎞에서 핵폭탄을 터뜨릴 경우 이때 발생하는 핵EMP 영향으로 서울은 물론 대전 부근까지 각종 전자통신기기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일반 유·무선 전화는 물론 국가지도통신망도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당초 지난 2000년 국가지도통신망 사업을 시작할 당시 EMP 공격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다가 2015년이 돼서야 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국가지도통신망에 EMP 차단 특수 차폐 시설을 설치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건물을 통과한 EMP가 통신 장비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게 특수 철판이나 필터 등으로 구성된 밀폐형 '차폐룸(room)'을 만들어 통신 장비를 보호하는 것이 기본 구조다. 하지만 95개 거점 중 통제센터가 있는 수도권 지역 군부대 한 곳에만 차폐 시설이 설치되고 있고, 이마저도 2018년에야 공사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두 곳의 통제센터에는 2019~2020년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나머지 92개 국가지도통신망 거점에 대한 차폐시설 설치 계획은 아예 잡혀 있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국가지도통신망에 대한 핵EMP 방호시설 구축사업을 시작해 2020년까지 총 354억1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통제센터 한 곳에 차폐 시설을 일부 설치하는 데만 34억7600만원이 들었다. 국가의 최후 통신망 역할을 할 국가지도통신망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는 셈이다. 송 의원은 "지금 편성된 예산으로는 통제센터 세 곳에만 완전한 차폐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8/20170928002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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