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여부·위력 판단하는 역할
175일 연속으로 작동 안하는 등 3년간 총 6차례 관측장애 일으켜
 

인공지진을 탐지하는 기상청 핵심 장비가 이달 초 북한 핵실험 때 오류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기상청이 국회 환경노동위 신보라 의원(자유한국당)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철원에 있는 '공중 음파' 관측 장비가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시 '먹통'이 돼 인공지진 탐지에 실패했다.

음파 관측 장비는 거대한 폭발로 생기는 음파를 감지하는 기기로,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지, 핵실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 지진은 음파가 발생하는 일이 매우 드물지만, 핵폭발 같은 인공지진은 폭발한 에너지가 대기 중으로 퍼져서 공중 음파를 만든다. 통상 지표면에서 비교적 얕은 1㎞ 깊이 이내 지하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그 음파를 탐지할 수 있다.

기상청은 공중 음파 관측 장비를 강원도 양구와 철원 두 곳에서 운영 중이다. 기상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1차로 땅을 통해 전해오는 지진파를 관측하고, 2차로 공중에서 음파를 관측해 핵실험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철원에 있는 장비는 지난 3일 전산 오류를 일으키면서 정작 필요할 때 무용지물이 됐다. 기상청은 "장비가 관측한 음파 자료를 전문가가 판독 가능한 형식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산 오류가 생겨 즉시 분석에 활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중 음파 관측 장비는 기상청이 총 15억원을 들여 2011년 양구, 2013년 철원에 설치했다. 이후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외부 업체와 계약을 하고 현재까지 4억원 이상 지급해 유지 보수를 맡기고 있다. 20억원 가까이 들어간 장비가 정작 필요할 때는 제 기능을 못한 셈이다.

공중 음파 관측 장비는 국내 기술력 부족으로, 장애가 발생하면 외국 제조사로 장비를 실어 내 수리를 맡겨야 하기 때문에 한번 고장 나면 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공중 음파 관측 장비는 2014 ~2016년 낙뢰 등으로 인해  총 6회 관측 장애를 일으켰으며, 이 가운데 4회는 3개월 이상 장애가 지속됐다. 특히 철원 장비는 2015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장비 수리를 받느라 175일 동안 아예 구실조차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보라 의원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안보 현안이 위중한 상황에서 공중 음파 관측 장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0/20170920001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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