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주간 태평양에서 활동한 미국의 씨울프(Sea Wolf)급 핵추진 잠수함 ‘지미 카터’호가 워싱턴 주의 키쌉(Kitsap) 반도에 있는 해군 기지로 귀환하면서, 성조기와 함께 해적선 깃발을 달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미 핵잠 지미 카터호가 성조기와 해적선 깃발을 나란히 게양하고, 모항이 있는 워싱턴주 키쌉 반도 기지로 귀환하고 있다/미 해군

귀항하는 미국의 공격형 핵잠(核潛)이 해골과 두 개의 대퇴골로 구성된 해적선 깃발 ‘졸리 로저(Jolly Roger)’를 단 것이 주목을 끄는 것은 이는 ‘임무 성공’을 뜻하기 때문. 워싱턴 포스트는 “미 국방부는 잠수함 활동을 거의 공개하지 않아 ‘완전 비밀’에 속한다”고 보도했다. 이 사진은 국방부가 11일 공개했다.
폭스뉴스를 비롯한 미 언론은 북핵 위기와 관련해, 지미 카터호가 태평양에서 은밀한 작전을 ‘성공’했음을 의미한다고 추정했다.
지미 카터 핵잠
길이 128m에 달하는 지미 카터호는 미국에서 가장 은밀한 해저 작전을 수행하도록 제작된 씨울프급 핵잠 세 척 중의 하나다. 이 핵잠은 지난 4월 기지로 돌아올 때에도 해적선 깃발을 성조기와 함께 달았다.
잠수함에 ‘졸리 로저’를 다는 전통은 사실 1914년 영국 해군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1914년 1차 대전 중에, 영국의 잠수함 HMS E-9을 이끈 맥스 호턴 소령은 독일 전함 ‘헬라’를 격침시키고 귀환할 때에 잠수함에 ‘해적선 깃발’을 달도록 했다. 당시 해양 대국이었던 영국 해군의 전통에서, 잠수함은 ‘정당하지 못한’ 공격 방식이었다고. 그래서 영국 잠수함 승조원들은 영국 해군 내에서도 ‘해적’쯤으로 취급됐다고 한다.
2차 대전 때인 1940년 당시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뭇솔리니는 이탈리아 인근의 아드리아해는 ‘절대 침투불가’라고 공언했지만, 영국의 잠수함 HMS 오시리스(Osiris)는 이 해역에 들어가 이탈리아 구축함 팔레스트로를 격침했다. 이 오시리스호가 몰타에 위치한 영국 지중해 함대에 귀환할 때에도 함대 사령관은 “특별한 표식’을 달고 복귀하라며, 오시리스 호에 ‘JR(졸리 로저)’라고 쓰인 소포를 보냈다. 오시리스호는 이 해적선 깃발을 달고야, 자랑스럽게 함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후 영국 해군에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귀환하는 잠수함이 해적선 깃발을 게양하는 것이 전통이 됐고, 1982년 영국이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전쟁을 벌일 때에도 처칠급 잠수함 HMS 콘쿼러(Conqueror)가 2개의 어뢰로 아르헨티나 순양함을 침몰하고 나서 이 해적선 깃발을 달고 귀환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국 해군의 전통. 워싱턴 포스트는 “미 핵잠 지미 카터호가 적의 전함을 침몰시켰거나 크루즈미사일을 발사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 깃발을 달았다는 것은 보다 은밀한 임무를 성공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지미 카터호가 정보 수집 및 공격할 수 있는 주요 타킷들/워싱턴 이그재미너
이와 관련,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서류상 지미 카터호의 임무는 적 전함 파괴가 목적이지만, 냉전의 종식이래 씨울프급은 주로 ‘해저 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미 카터호의 워싱턴 주 기지를 출발해 러시아 잠수함의 활동이 활발한 북극과 러시아 태평양 함대 부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기지 , 중국 연안 등으로 향한다고.
이 매체는 지미 카터호가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도청하는 임무를 수행했거나 ▲이들 세 나라의 해양 전 력 배치 상황을 정보 수집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미 카터호는 이밖에 특공대를 적 후방에 침투시킬 수도 있고, 무인 잠수정을 배치할 수도 있고, 해저를 훑어서 통신 케이블을 잘라낼 수도 있다. 냉전 시대에는 당시 씨울프급의 미 잠수함들이 ‘아이비 벨(Ivy Bells)’라는 작전을 통해 소련의 해저 통신망을 도청하기도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5/20170915018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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