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의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추가 제재안이 예상대로 '허풍'으로 끝났다.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오히려 김정은이 국제 제재에 대한 자신감만 갖게 만들었다. 미국은 원유 공급의 전면 중단을 요구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중·러에 같은 요구를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 정권을 지키는 쪽에 섰다. 북핵 없애자고 북 정권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등장으로 유엔에서 무언가 실효적인 변화가 있으리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지만 결국 중·러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 이제 김정은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와 필요할 경우 폭발 위력을 더 높인 7차 핵실험까지 마치고 미국과 담판하려 할 것이다. 담판 테이블에는 한·미 동맹 종료와 주한 미군 철수까지 올라올 것이다.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핵을 가진 폭력 집단의 위협 아래 놓였는데 국제사회는 속수무책이다. 북한이 고립무원이라고 하지만 현실적 안보 위협 면에서는 우리가 더한 고립무원일 수도 있다. 대북 제재는 장기적 인내를 갖고 끝까지 추진하되 핵 인질이 된 국민을 지킬 현실적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정계와 군에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어제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몇 달 전만 해도 명시적으로 반대한다고 했던 그다. 북의 6차 핵실험 후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미국발 보도가 나온 데 이어 미 의회에서까지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이라는 신호다.

이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 입장은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논의를 제안하면 전술핵 재배치는 구체적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명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몇 년 전이라면 타당한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허망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김정은은 고지(高地)가 눈앞에 왔다고 믿고 있다. '진짜 끝장 제재' 라던 유엔 제재가 사실상 허풍으로 끝나는 것도 보았다.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명백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핵은 핵으로만 억지할 수 있다'는 진리를 따라 당장 전술핵 재배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군사력 균형을 회복해 북핵을 무용지물로 만든 다음에야 의미 있는 대북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1/20170911027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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