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아베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해 "이웃 국가에 대한 폭거(暴擧)"라고 했다. 이번 IRBM은 19년 만에 일본 영공을 통과해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다. 두 정상은 또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한까지 높여 북한이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은 북 도발 직후에는 강경하게 반응하다 시간이 흐르면 유화 메시지를 내놓는 모습을 반복해 왔다. 어제 문 대통령이 사용한 용어도 보통 강한 표현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김정은 정권은 '폭거'를 밥 먹듯 자행하는 폭력적 범죄 집단이다.

문 대통령은 어떤 형태가 됐든 대북 군사 대응은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극한의 압력'은 김정은 체제가 경제적으로 '극한의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것밖에는 없다. 유엔 안보리가 최근 결정한 석탄·철광석 등 금수(禁輸) 조치를 뛰어넘어 원유를 잠그는 수준으로 가야 북은 그런 수준의 고통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동의할 리가 없다.

김정은은 29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IRBM 발사를 지켜보면서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 로켓 발사 훈련을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ICBM을 완성할 때까지 추가적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6차 핵실험은 지금 당장에라도 가능한 상태다. 우리에게 이를 막을 수단은 없다.

이대로 흘러가 북이 최종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면 북이 먼저 하든 미국이 먼저 하든 협상 제의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북은 핵·미사일 동결의 대가로 막대한 것을 요구할 게 뻔하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 안보를 해치는 내용일 것이다. 그때 대한민국은 어떻게 나가야 하나. '평화'로 포장된 타협으로 김정은이 원하는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 그래도 북한을 압박하고 새로운 차원의 수단을 찾을 것인지 국가적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무조건 '대화로 풀자'고 할 일이 아니다. 그 대화가 평화를 이 끄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핵 인질로 만드는 것이라면 어떻게 찬성할 수 있나.

어제 청와대가 발표한 미·중·일 대사 내정자들은 한결같이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도왔던 사람들이다. 지금 한·미, 한·중, 한·일 관계 모두가 정상이 아닌데 이들에게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경력이나 역량이 안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대사들 모두 유념해야 할 지적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30/20170830037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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