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31일 국회에서 '대통령에게 사드 전면 배치를 건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건의를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곧이어 "임시 배치란 (환경영향평가 결과로) 국민이 불안하다고 하면 (사드 배치를) 재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취소할 수 있다는 건 아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또 "그렇다"고 했다. 송 장관은 사드 배치 지역에 대해 "환경평가 결과 다른 위치가 더 낫다면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말이 논란이 되자 다시 "성주 기지 내에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라고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 시종일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송 장관은 이미 실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 사드 레이더에서 전자파가 '0'으로 검출된 사실을 공개했다. '왜 결과를 공개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환경부와 협의 과정이라 비밀 사항"이라고 했다. 자신이 공개해놓고 비밀이라는 것이다. 측정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사드 전자파 괴담은 사드 배치 반대의 중요한 이유였다. 괴담이 근거 없다는 공식 결과가 나왔는데도 국방부는 이를 국민뿐만이 아니라 대통령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말을 믿는다면 또 다른 보고 누락 사건이 되고, 믿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전자파가 없다는 걸 알고서도 성주 기지 앞의 무법천지를 방치한 것이 된다. 지난달 21일 사드 반대 단체가 반발한다고 국방부가 성주 레이더 전자파 측정을 취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송 장관은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섰다"고 했다. 군의 입장에서 적(敵)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인 아닌 군은 레드라인을 설정하거나 언급하는 데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송 장관은 결국 "기준을 설정한 건 아니고 그 선을 넘기 전에 한국이 주도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지금의 안보 위기에서 국민이 믿을 것은 1차적으로 우리 군밖에 없다. 그런데 국방을 책임지는 최고 당국자가 중요 현안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떠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송 장관은 고액 자문료, 음주운전, 위장전입 등 각종 흠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송 장관과 군을 믿고 국민이 편히 잠들 수 있겠는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1/20170801032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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