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선전용으로 김정은이 기획… 가뭄·대북제재 탓에 무산된 듯
 

북한이 작년 8월 평양 대동강유람선에서 개최한 맥주 축제 모습.
북한이 작년 8월 평양 대동강유람선에서 개최한 맥주 축제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6일부터 평양에서 열기로 했던 '2차 대동강 맥주 축제'를 갑자기 취소했다. 북한은 '국제적 제재에도 맥주를 마시며 행복하게 지내는 주민들'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건재함을 알리겠다는 속셈으로 지난해부터 이 축제를 기획했고, 관영매체와 외국 여행사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다.

중국에 위치한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 투어스'는 23일 영문 블로그에 "애석하게도 오늘 우리는 2017년 평양 맥주 축전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통지받았다"며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가뭄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2001년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북한의 이모작 작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4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조치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 '옥토버페스트'를 모방한 것으로 알려진 대동강 맥주 축제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지시로 지난해 8월 약 1달간 처음 열렸다. 평양 대동강변 호화 유람선인 '무지개호' 선상에서 북한 주민과 외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맥주 맛보기 경기(블라인드 테스트)' 등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북한 TV는 축제 현장을 보도하며 "행복으로 가득 찬 낙원인 평양의 삶을 보여준다"고 했다.

당시 외신들도 이 행사에 관심을 보이며 대동강 맥주를 품평하기도 했다 . 대동강 맥주는 김정일이 2001년 러시아 대표 맥주인 '발티카'의 공장을 시찰한 뒤 "우리도 세계 최고급 맥주를 만들라"고 지시해 만든 맥주다. 북한은 영국 양조장을 인수한 뒤 공장 시설을 해체해 평양으로 가져와 공장을 세웠다.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 맥주는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떨어진다"고 평가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5/20170725001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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