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엔 통해 타진
작년 1월 北 4차 핵실험 이후 국제기구 통한 지원 검토는 처음
우회 방법으로 '물꼬 트기' 나설듯
 

북한이 내년 인구주택 총조사(인구센서스)를 앞두고 국제기구를 통해 우리 정부에 600만달러의 비용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북 지원이기도 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유엔인구기금(UNFPA)이 우리 정부에 북한 인구센서스에 600만달러의 금액을 지원해달라는 제안서를 보냈다"며 "어느 규모로 어떻게 지원할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원은 북한의 한성렬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미국 뉴욕에 소재한 UNFPA를 직접 방문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요청이 국제기구를 통해 접수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 교류를 이어간다'는 정부 방침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북한의 인구센서스 자료가 북한의 전반적인 생활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남북경협 등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남북 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고 새 정부의 대화 제안을 북한이 모두 거부하는 상황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라는 우회 방식으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들의 대북 접촉 신청을 잇달아 승인하고 있지만 북한은 방북을 거부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북한은 일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로 군사적 위기감이 고조되더라도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인 차원의 대북 지원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했다.

북한은 UNFPA의 도움을 받아 올해 10월 인구센서스 시범조사를 거쳐 내년에 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북한의 인구센서스는 2008년에 이어 10년 만이다. 당시도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인구센서스를 위해 남북협력기금에서 400만달러를 지원했다. 이후 통일부는 UNFPA의 북한 인구보건조사 사업을 위해 2015년 10월 남북협력기금에서 13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실제 80만달러가 집행됐다. UNFPA에 따르면 북한 인구는 2008년 2235만명에서 2014년 2421만명으로 약 200만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5/20170715001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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