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간첩단' 故 최을호씨 장남, 실종 이틀만에 숨진채 발견
경찰 "당뇨 앓아… 저혈당 쇼크"
 

34년 만에 재심을 통해 간첩 누명을 벗은 고(故) 최을호씨의 장남 최낙효(63·지적장애 3급)씨가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는 지난 9일 낮 12시 22분쯤 형제들과 아버지의 고향이자 산소가 있는 전북 김제 고사마을 뒷산을 찾았다.

지난달 29일 '김제 간첩단 사건'의 당사자였던 아버지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법원 판결문을 들고 제를 올리러 간 것이었다.

그런데 최씨는 벌초 도중 혼자 산 아래로 내려와 마을 담배 가게에 들렀다가 종적을 감췄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수색 50여 시간 만에 마을에서 1.5㎞쯤 떨어진 갈대밭에 쓰러져 있는 최씨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당뇨병을 앓던 최씨가 무더운 날씨에 길을 헤매다 저혈당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낙효씨의 아버지 최을호씨는 지난 1982년 북한에 국가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제에서 농사를 짓던 최을호씨는 북한에 나포됐다 돌아와 조카 최낙전·최낙교씨를 간첩으로 포섭한 혐의도 받았다. 최낙교씨는 수사를 받던 중 구치소에서 숨졌다. 검찰은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최을호씨와 최낙전씨는 1983년 열린 1심 재판에서 각각 사형,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최을호씨는 1985년 10월 사형당했고, 최낙전씨는 9년 복역 후 출소한 지 4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두 사람이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이근안 경감에게 40여 일간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재심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는 지난달 29일 "국가가 범한 과오에 용서를 구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낙효씨의 빈소는 12일 전북 김제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유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최씨의 한 지인은 "간첩단 사건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낙효씨가 정신적 충격을 받아 퇴직했고,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제대로 회복하지 못해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최씨 가족은 16일 마을 주민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최씨가 갑작스레 숨지면서 취소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3/20170713003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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