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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진] 南의 병행, 北의 병진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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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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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진 정치부 차장
황대진 정치부 차장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병행(竝行)'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화'와 '제재' 수단을 함께 쓰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5일 독일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만나 "북 도발에 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나, 결국은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을 쏜 지난 4일에도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병행'을 언급했다.

북한 김정은의 제1정책은 '병진(竝進)'이다. '핵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이다. 2013년 노동당 중앙위에서 당 최고 노선으로 공식 채택했다. 그런데 '병행'과 '병진'은 모두 달성이 쉽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병진'부터 보자. 북이 핵개발을 계속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외부 지원이 끊기면 북이 경제 발전을 이룰 방법은 사실상 없다. 국제사회는 경제를 살리려면 핵 폐기를 위한 대화에 나오라고 북에 요구한다. 즉 '병진'의 두 축인 핵과 경제는 어느 하나를 달성하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구조다.

'병행'을 보자.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말은 도발하면 제재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화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대화'라는 수단은 쓸 기회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 북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5월부터 두 달간 미사일을 여섯 차례 시험 발사했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이 "성명으로 될 상황이 아니다"며 미사일 '맞불 작전'을 지시했을까. 핵에 관한 한 북이 남을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도 대화를 어렵게 한다. 북은 미국만을 핵 협상 대상이라고 하니 애초에 '병행' 자체가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연방총리실 청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진'과 '병행'을 구성하는 두 요소를 같은 테이블에 놓고 조합을 맞춰보면 더욱 답이 보이지 않는다. '병진' 중 '핵개발'은 '병행'에서 '제재'에, '경제 발전'은 '대화'에 각각 호응한다. 반대로는 호응이 불가하다. 그런데 북은 둘을 동시에 하겠다고 한다. 이런 북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줄 수 있을까. 잘해봐야 경우에 따라 냉탕, 온탕을 오가는 식으로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5일 아침 대북 미사일 타격 훈련을 지시하고 저녁에 독일에 가선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지금 남북 두 지도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 정치 지도자는 흔히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고 약속한다. 이쪽저쪽 인심을 모두 얻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현실이다. 김정은은 핵과 경제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김정은이 어쩌면 둘 중 하나를 이미 포기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북이 남과 대화에 나선 적이 있고 우리 하기에 따라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 안에 있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북이 경제적 이득을 얻고 싶을 때뿐이었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6/20170706033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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