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특보 한미동맹 관련 발언 파장에 "학자 개인 견해"라더니.. 방미 전후 靑 방문 확인
"민족 문제 남북이 합의하면 국제사회도 지지한다"는 임동원 전 장관도 동석

문정인 특보가 지난 21일 미국에서 귀국하는 길에 취재진이 '청와대의 경고' 등에 대해 묻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8월 15일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통일은 과정이다' 주제로 통일 토크쇼가 열린 가운데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 자격으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두 사람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은 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준비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배석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 일정을 취재진에게 알리지 않았다.

반면 청와대는 26일 오전에 열린 문 대통령과 전직 주미대사 7명과의 1시간 간담회 일정은 현장까지 공개했다. '대북 대화주의자'로 미국과 관계가 불편한 문 특보나 임 전 장관과의 회동만 비밀로 한 것이다.

문 특보는 최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만 중단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거나 "사드 배치 문제로 한미 동맹이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 등의 발언으로 국내외에 파문을 일으켰다. 문 특보 본인이나 청와대와 문 대통령은 즉시 "학자로서 개인적 견해"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문 특보가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문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나 한미정상회담 등 외교 정책에 핵심적인 자문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파문이 누그러지지 않고 확대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의 발언에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를 포함한 한미동맹 구상이나 대북 정책의 핵심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는 미국 조야의 여론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문 특보는 지난 방미 직전에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따로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상견례 차원이었을 뿐, 문 특보의 구상은 개인 의견으로 들었다"는 정 실장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문 특보가 문제의 방미 전후에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와 잇따라 접촉하며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 특보는 청와대와 별개'라는 말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한편 23일 만찬에 함께 한 임동원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평가 받는다. 임 전 장관은 또 이듬해 국정원장 시절 대북 입장이 판이했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당시 회담 후 부시 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김 전 대통령을 '이 양반(this man)'이라고 칭하는 등 결과가 좋지 않았다.

임 전 장관은 최근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서도 "민족 문제를 남과 북이 합의하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를 얻을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이 이번 청와대 회동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두 사람과의 비공개 만찬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청와대는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이라고 말한다.
문 특보가 최근 미국 정부 안팎의 분위기를 보고 온 만큼 임박한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측 전문가들의 조언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임 전 장관이 (김대중 대통령 시절)우리와 대북 정책 입장이 달랐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준비한 경 력이 있고, 문 특보도 최근 미국 분위기를 보고 왔고 임 전 장관과도 가까운 사이여서 한미정상회담에 조언을 받는 차원에서 함게 만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문 특보가 최근 청와대로부터 "언행을 주의해달라"는 경고를 받은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만큼, 친분이 깊은 문 대통령이 문 특보를 따로 만나 달래는 차원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6/20170626015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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