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WTF

새 정부에 있어 '평창'은 주요 화두다. 문화, 체육, 관광을 총괄하는 도종환 장관의 취임 후 첫 출장지는 평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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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출범 후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체육 행사. 무조건 잘 돼야 한다. 그런데 만만치가 않다. 국정농단 세력들의 이권 챙기기 속에 이미 만신창이가 된 채로 새 정부에 넘어왔다. 하지만 1년 후 열릴 행사를 '국정농단 세력 때문에 망쳤다'고 하소연할 수도 없는 노릇. 마음이 분주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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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이란 과연 무엇인가. 선수단 성적, 경제적 파급효과, 국가위상 제고 등 여러 요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평화올림픽'이다. 남북 긴장완화를 통한 동북아 평화에 이바지 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참가가 선결과제다.
"저는 태권도에서 이뤄낸 이번 성과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바라건대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여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남북선수단 동시 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습니다. 북한 응원단도 참가하여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막축사 중 일부다. 남북 교류확대를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은 문재인 정부의 지향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소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 사이에서의 이해관계가 복잡 미묘하다. 연일 미사일을 쏘며 '벼랑 끝 전술'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무조건 손을 내밀 수도 없다. 동맹국 미국 눈치를 안볼 수도 없다. 가뜩이나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 분위기는 썩 우호적이지 않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묘한 분위기가 있다.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최악이다. '종북몰이'를 통해 정체성을 찾는 국내 일부 정치세력도 있다. 이래저래 정치적으로 선뜻 북한에 손을 내밀기 힘든 상황.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비 정치적 창구의 개통이다. 스포츠와 민간 교류가 대표적이다. 이럴 때 평창올림픽 만한 매개도 없다. '소통'이란게 사실 별거 없다. 자꾸 대화거리를 만들어 접촉면을 넓혀가는 게 시작이다. 그런 면에서 남북 교류를 통한 평화올림픽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대승적 차원에서 힘을 실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
단 하나, 남북 평화올림픽을 구체화 할 실무자들이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 명분에 취해 오버해서는 안된다. 가능한 일과 가능하지 않은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남북단일팀 논의다.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대상 종목인데 이미 스포츠조선이 지적('女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제안, 절차부터 틀렸다'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706220100197080013996&servicedate=20170621)했듯 최종 성사까지 풀어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시간이 별로 없다. 3~4년 남았을 때와 1년도 채 남지 않았을 때의 접근법은 달라야 한다.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빠르게 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성사 확률도 적고, 시너지 효과도 장담할 수 없는데다, 희생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지금 이 시점에 '단일팀' 성사에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다.
꽁꽁 얼어붙은 동북아 긴장 국면 속에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만 해도 큰 성과다. 꼭 한팀을 이뤄 경기를 치르지 않더라도 남북 선수단이 올림픽 개회식에서 손을 맞잡고 입장만 해도 평화올림픽 취지를 살리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과정이 뒤죽박죽이면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과한 욕심 부리다 게도 구럭도 다 잃는 수가 있다. 잊지 말자. 시간이 많지 않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6/20170626003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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