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연쇄 미국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혔다. 핵 폐기를 목표로 하되 우선은 핵과 미사일 동결을 전제 조건으로 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동결(凍結)을 입구, 폐기(廢棄)를 출구로 놓자는 '2단계 해법'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도 유사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미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조율 작업을 해왔다. 아마도 북핵 해법과 사드 등의 문제에서 지금 나타나는 한·미 간의 불협화음은 정상회담에서는 외교적으로 포장돼 어떻게든 봉합돼 나올 것이다. 그마저 되지 않는다면 정말 큰일이다.

대학생 웜비어 사망 이후 20일(미국 시각) 백악관 대변인은 북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회동에 대해서도 "분명히 더 멀어지게 됐다"고 했다. 미 의회 상·하원에서는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북에 대한 응징을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북한 압박에 대해서도 4월 초 미·중 정상회담 이래 처음으로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미 국무장관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머지않아 독자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상황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화론의 바탕이 되는 생각을 내비쳤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뻥'치고 있지만 (안전 보장을) 간절히 바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한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과대 포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했다. 그럴 실력도 없거니와 있다 해도 위협용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북에 '정권과 체제 안전 보장' 등 적당한 당근을 제공하면 핵을 포기할 것이란 논리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햇볕론자 외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북이 정권 안보를 위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맞는다. 그런데 자신들 시대 착오적 세습 정권을 지켜줄 것은 오직 핵·미사일뿐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어쩌면 북 집단이 상황과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김정은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결국 북의 핵 포기는 핵을 버리느냐, 정권이 무너지느냐의 택일 상황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북이 핵·미사일로 '뻥'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사태를 안이하게 보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가장 시급하고 위험한 위협"이라고 하는 것을 한국 대통령이 '뻥'이라고 한다면 말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간극이 크다. 북이 대륙간탄도탄 시험 발사를 한다면 그 시기는 문 대통령 임기 내가 될 것이다. 이 엄중한 위기 앞에서 희망적 생각을 근거로 북 집단을 평가하고 전략을 수립하면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1/20170621036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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