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9일부터 이틀 동안 머리를 맞대는 테러 문제는 양국간의 관계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미 국무부는 회담을 하루 앞둔 8일, 북한이 일본항공(JAL) 요도호를 납치한 적군파 요원들을 추방하는 것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거듭 밝혔다. 지난 4월 발표 내용과 똑같다. 당시 중앙통신을 통해 “적군파 요원들은 국제법에 의해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정치적 망명객”이라고 반박했던 북한 역시 아직 입장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양국간 이견이 있는 의제는 적군파 문제뿐이 아니다. 미국이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각종 반테러 국제조약 가입, 최소한 10여명에 이르는 피랍 일본인 문제 해결 등에 대해 북한은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북한이 그나마 수용 의사를 비친 것은 공식적인 테러 포기 선언, 국제 테러리즘 비난 성명 발표, 과거 6개월간 어떤 테러에도 관여치 않았다는 증명 등이다.

북한은 미국이 꼬치꼬치 토를 달아 기다란 요구 리스트를 내미는 이유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정치적인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미국은 테러지원국 제재가 법에 따른 조치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융통성’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회담의 진전 여부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외교적 탈바꿈을 모색하고 있는 북한이 과연 이 문제에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레임덕 기간인 미국은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극히 좁은 탓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적군파와 피랍 일본인 문제 해결을 미국에 요구한 일본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다. 최근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이 두 문제에 대해 제3의 기술적인 해결방안을 용인할 수도 있다.

어쨌든 짧은 일정 동안 미·북간 테러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다만, 미국은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테러 지원국 명단 제외를 염두에 두고 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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