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 협력과 번영의 길을 찾아서]

- 메논 前 인도 국가안보보좌관
할아버지가 광복후 유엔대표로 한국 정부 수립에 깊이 관여
"한국과의 인연 말하시곤 했다"
 

미국을 비롯, 한국·일본·호주와 협력을 강화하는 인도 '동방정책'의 핵심 인물인 시브샨카르 메논 전 인도 국가안보보좌관.
미국을 비롯, 한국·일본·호주와 협력을 강화하는 인도 '동방정책'의 핵심 인물인 시브샨카르 메논 전 인도 국가안보보좌관.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를 펴왔지만 '숙적' 파키스탄이 핵·미사일 능력을 높이고 있고 파키스탄의 우방(友邦)인 중국이 수퍼 파워로 성장하면서 외교 노선을 수정하고 있다. 인도는 핵무기 보유국이면서도 최근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 현대화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을 비롯, 한국·일본·호주와 협력을 강화하는 '동방정책'도 펴고 있다.

이런 동방정책의 핵심 인물이 시브샨카르 메논(Menon·68) 전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이다. 그는 7월 3~4일 열리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참석에 앞서 본지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부상,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아시아·태평양에서 힘의 균형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 간 힘의 균형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고 아직 새로운 균형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메논 전 보좌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 "명백한 방어 수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강연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로) 미국이 동맹국의 안보를 책임져 준다는 확실성, 핵 균형이 유지된다는 안정감이 함께 무너지고 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군사적 대응만으로는)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포기하게 할 수 없다"며 "결국 제재와 함께 좋은 행동에 대한 단계적 보상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적인 이익과 불이익을 조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메논 전 보좌관은 주중(駐中) 대사를 지낸 중국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 "(중국에 실제로 사드의 위협이 있든 없든) 중국은 자기 나라의 외교·군사적 행동의 자유에 영향을 주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논 전 보좌관은 "중국은 정책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날로 커지는 중국의 능력과 야망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일은 한국·인도 같은 중국 주변국에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인도의 관계는 정치·경제적으로 발전해나갈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해상·사이버 안보 등 지역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논 전 보좌관의 집안은 외교 명문가로 유명하다. 할아버지인 K.P.S. 메논은 인도 초대 외교장관, 주중 대사 등을 지냈고 아버지는 주(駐)유고 대사, 삼촌도 주중 대사를 지냈다. 특히 할아버지인 K.P.S. 메논은 유엔 한국위원단 대표를 맡아 1945년 광복 후 한국 정부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메논 전 보좌관은 "조부(祖父)께서 한국과의 인연을 가족에게 말씀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2/20170612002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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