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지지자들, 청문회 본격화되자 다시 무차별 공세
국민의당이 '강경화 불가' 밝히자 홈피에 항의 글… 한때 다운

- 野의원의 정책 검증조차 막아
외교부 개혁과제 물었는데 "왜놈 따까리" 욕설 섞인 문자

- 文정부 한달 됐는데도…
이전 정부서 청문회 낙마때마다 대통령 지지율 급격하게 하락
지지자들, 선제적 여론전 나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7일 밤 11시 30분.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강 후보자에게 "후보자께서 새로운 리더십을 말씀하시는데, 외교부의 개혁 과제 1호는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강 후보자는 "객관적 진단 후 개혁 방안을 찾겠다"는 취지의 답을 했다. 다소 의례적인 문답이다. 그러나 5분 뒤 이 의원의 휴대전화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이명박 따까리 ××야! 왜놈 따까리 ××!!' 등 욕설이 섞인 문자가 대부분이었다. 이 의원은 이날 1000여통 가까운 문자 폭탄을 받았다.

인사청문회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야당 의원들을 향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이 다시 시작되고 양상도 변하고 있다. 기존엔 의원들이 후보자 신상에 대해 검증 발언을 하면 문자 폭탄이 날아들었지만, 이제는 일반적인 정책 질의에도 무차별적인 문자 공세가 들어오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후보자 자질을 검증하는 국회 본연의 활동이 침해받는 것은 문제"라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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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 청문 위원으로 참석했던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 도중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로부터 받은 문자들. 이날은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의례적 정책 질의를 한 의원들에게도 욕설을 섞은 문자가 왔다. /야당 의원 제공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도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한 질의를 하고도 문자 폭탄을 받았다. 원 의원이 강 후보자에 대해 "사드(THAAD) 문제와 관련한 이해가 충분치 못한 것 같다"며 "그것(사드)이 없다면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대책이 뭐가 있나"고 했기 때문이다. 질의 직후 원 의원 휴대전화에는 '××도 풍년이다' '그냥 조용히 임기 동안 혈세 축내다가 집에 가라' '작작하라'는 등의 문자 수백통이 들어왔다.

이날 동시에 열렸던 3곳의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적게는 수십통에서 많게는 1000통 가까운 인신공격성 문자 폭탄을 받았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에 참석한 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네 아들이 밤에 어느 길로 다니는지 알고 있다'는 등 참을 수 없는 문자까지 온다"며 "스팸 차단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질문 한 번에 문자 수백통은 기본"이라고 했다. 백 의원은 "이건 문자 폭탄이 아닌 '문자 테러' 수준"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다뤄야 할 심각한 내용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은 "누가 보내는지 궁금해 문자에 찍힌 발신번호로 전화해 보니 국제전화인 경우가 많았다"며 "외국 서버를 통해 누군가 조직적으로 문자 폭탄을 보낸다는 증거"라고 했다.

당 차원에서 '강경화 후보자 경과 보고서 채택 불가' 입장을 밝힌 국민의당은 8일 홈페이지와 블로그, 페이스북에 수백건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국민의당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자가 몰려 다운되기도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 이 몰려 홈페이지가 마비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문자 공세가 대선 이후에도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이전 정부들에서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 결격 사유가 드러나고 낙마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이후에도 이런 점을 감안해 선제적인 여론전에 나서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9/20170609003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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