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人事]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靑서 연락받은 지 1주일도 안돼 10년 외국생활 마치고 빨리 귀국"

- 非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 수장에
KBS 영어방송 PD 하다 美 유학 "外試 몇주 공부하다 집어치웠다"
DJ·클린턴 통역 등 외교부 특채, 유엔 사무총장 3代에 걸쳐 중용
 

문재인 정부의 초대 외교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경화(62)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는 21일 본지 통화에서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은 지 1주일도 안 됐다. 대통령께서 큰 신임을 주셨으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현재 유엔 관련 업무로 제네바 출장 중인 강 후보자는 "각종 외교 현안에 대한 입장은 조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며 "10년간 밖(외국)에서 유엔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일단 뉴욕으로 돌아간 뒤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귀국하려고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강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외교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초·최고 여성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 외교 전문가"라고 했다. 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외교·국방·통일 부처를 통틀어 최초의 여성 장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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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으로 유엔 최고위직 - 강경화(가운데 오른손을 든 사람) 신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15년 11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 시절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유엔
◇유엔 최고위직 오른 한국 여성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 후보자는 부친인 고(故) 강찬선 KBS 아나운서가 1964~1967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파견됐을 때 동행해서 3년간 미국 생활을 했다. 이화여고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강 후보자는 1977년 KBS 영어 방송 PD 겸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남편인 이일병(64)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명예교수와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나 매사추세츠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강 후보자는 "(외무고시를 보려니까) 헌법 등 고시 과목이 너무 골치 아팠다. 몇 주 공부하다 집어치웠다"며 "그다음 '교수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미국 유학을 갔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역을 담당했던 시절 모습(위 사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역을 담당했던 시절 모습(위 사진). 아래는 강 후보자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 시절이던 2013년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과 함께한 모습. /조선일보 DB·유엔
강 후보자는 1990~1998년 국회의장 국제담당비서관으로 김재순·박준규·이만섭·김수한 의장 등을 보좌하며 공직에 들어섰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 통역을 맡게 됐고, 탁월한 실력으로 이후에도 김 대통령 통역을 자주 맡았다. 그는 1998년 외교통상부에 국제 전문가로 특채된 뒤 장관 보좌관, 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 여성지위위원회 의장을 거쳐 2005년 국제기구정책관(국장급)에 임명됐다. 외교부에서 비고시 출신 여성이 국장에 발탁된 것은 최초였다.

강 후보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시절인 2006년 9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고등판무관에 임명됐다. 유엔 사무차장보급으로, 한국 여성으로서 유엔 최고위직에 오른 것이다. 이어 반기문 사무총장 시절인 2013년 4월부터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사무차장보 겸 부조정관을 지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현 사무총장도 작년 10월 귀국을 준비하던 강 후보자를 인수팀장으로 발탁했고, 작년 12월 정책특보로 임명했다. 유엔 사무총장 3대에 걸쳐 신임을 받은 셈이다.

◇양자 외교 경험 부족 우려

강 후보자와 같이 일해 본 외교관들은 "실력이 없으면 유엔 고위직을 10년간 할 수 없다"며 "강 후보자는 업무 능력도 탁월하고 인품도 훌륭한 분"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있던 강 후보자가 국내 정치와 맞물려 있는 외교 현안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 후보자는 북핵 문제나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과의 양자(兩者) 업무를 직접 다뤄본 적이 없다.

인권 분야에서 오래 일한 강 후보자가 북한이나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활동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강 후보자는 올해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잔악한 짓을 저지른 사람 가운데 단 몇 명이라도 역사의 본보기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워 처벌해야 한다"며 "(이런) 문제 해결에 앞장설 '도덕적 권위'를 갖춘 나라가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2012년 본지 인터뷰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었다. 또 당시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일하던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에 참석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전 세계에 알렸다"며 "그때 처음 내 문제가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2/20170522001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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