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을 포함한 미 대표단의 예방을 받고 이같이 결정했다. 한·미 두 정상은 7월 초 독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기회가 있는데도 그에 앞서 별도 회담을 갖기로 한 것이다. 그만큼 북한 문제가 심각하다. 문 대통령의 친서를 지닌 새 정부 방미(訪美) 특사단은 오늘 출국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 중국의 사드 보복 속에서 열리게 된다. 북이 중장거리 미사일에 이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마저 성공할 경우 북핵 위기는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갈 것이 분명하기에 이번 회담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가장 시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4개월간의 한·미 간 공백을 메우는 일이다. 그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독자적인 대북 정책을 폈고 중·일과 먼저 교감했다. 뒤늦게 이 흐름에 참여하려면 정상 간의 이해와 친분이 불가결하다. 더구나 트럼프는 '사드 비용 청구' '끔찍한 한·미 FTA' 등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발언을 하고 있다. 미국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경도됐다'는 시선도 퍼져 있다고 한다.

또 하나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 정치권의 동향이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 탄핵'은 점점 더 심각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가 러시아 유착 스캔들을 수사 중이던 코미 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뒤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지난주 러시아 외무장관 등을 만나 국가 기밀을 유출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과 관련된 무리한 일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을 발사할 경우 대북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이 현실화될 수 있다. 그 반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일시적 동결을 조건으로 미·북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안보 논리가 아닌 미 국내 정치적 요인에 의한 대북 정책은 우리 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우리 안보 현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동맹인 미국마저 100% 신뢰할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념과 성향이 맞는 인사들뿐만 아니라 보수 측의 의견도 경청하고 수렴함으로써 먼저 국론을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다. 한·미 정상회담 준비 TF에 현재 청와대 안보실을 참여시 키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지금은 너, 나를 따질 때가 아니다. 경험과 지식, 지혜를 총동원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기업인들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는 경제 논리 이상이 없다는 것은 일본의 사례에서 잘 드러났다. 6월 말 한·미 두 정상은 동맹 관계를 재결속시켜 북·중 모두에 분명하고도 강력한 신호를 보내야만 한다. 중대한 시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6/20170516034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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