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해커들은 어떻게 돈을 빼돌렸나

전 세계 150국을 강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랜섬웨어(ransomware)' 사이버 공격을 일으킨 해커들이 7만달러(약 7800만원) 정도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톰 보서트 미국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15일(현지 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7만달러 정도가 해커들에게 건네졌지만, 자료를 복구해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2일 시작된 이번 공격으로 전 세계 컴퓨터 30만대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시만텍 등 글로벌 보안업체들은 이번 사이버 공격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커들은 감염된 컴퓨터의 문서·사진 등 중요 파일을 암호화한 뒤 풀어주는 대가로 300~600달러(약 34만~68만원)의 비트코인(가상 화폐)을 요구했다. 해커들이 달러와 같은 화폐가 아닌 비트코인을 요구한 것은 계좌 주인이 누구인지, 계좌 개설 지역이 어디인지 추적이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실명 인증이 필요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가짜 이름과 가짜 전화번호로도 만들 수 있다. 정부 당국에서 계좌 폐쇄 조치도 할 수 없다.

보안업계 한 전문가는 "비트코인은 은행 같은 거래기관을 통하지 않고 사용자끼리 직접 거래하고, 그 기록은 수많은 컴퓨터에 나눠서 보관한다"면서 "해커가 보유한 계좌 자체에 얼마가 들었는지는 해당 계좌를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조회해보면 알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계좌는 개인이 전 세계 1000개에 이르는 인터넷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다. 일단 계좌를 개설하면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고, 거꾸로 비트코인을 현금화할 수도 있다.

30만대가 넘는 감염 규모에 비해 피해 금액이 크지 않았던 것은 이번 사이버 공격에 사용된 랜섬웨어가 기업이나 정부기관처럼 대규모 공용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곳들 위주로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안업체 시만텍코리아의 윤광택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은 파일 복구를 위해 해커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초기화와 프로그램 재설치를 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비트코인을 보낸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 사용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개인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PC에 저장된 각종 데이터를 복구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커의 요구에 응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시만텍과 이스라엘 인테저랩스, 러시아 카스퍼스키 등 보안업체들은 15일 "이번 랜섬웨어 프로그램이 북한 해커 조직으로 추정되는 '래저러스(Lazarus)'가 종전에 사용하던 해킹 프로그램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밝혔다. 윤광택 CTO는 "래저러스는 다른 해커 집단과 구별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만든다"면서 "일종의 사이버 지문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랜섬웨어 공격과 별개로 또 다른 해킹 피해 사례도 등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월트디즈니가 미개봉 영화를 해커들에게 도둑맞았으며, 해커들이 거액의 가상 화폐를 주지 않으면 영화를 온라인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해커들이 훔친 영화는 한국에서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로 알려졌다.

☞비트코인(bitcoin)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닉네임의 프로그램 개발자가 만든 온라인 가상 화폐.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의 합성어다. 국가 기관의 규제를 받지 않고 익명이나 차명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거래를 추적하기 어렵다. 최근 해킹·마약 거래 등의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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