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문재인] 文대통령의 숨가빴던 첫날
 

문재인 대통령 첫날 이동 동선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8시 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확정 의결과 동시에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 시각을 기해 군(軍) 통수권도 이양받았다. 그로부터 5시간 뒤 청와대로 입성했고, 총리 등 첫 인선 결과도 직접 발표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로 인해 대선 후보에서 대통령으로 하루 새 신분이 바뀐 그의 하루는 숨 가쁘게 돌아갔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비(非)권위주의적 대통령'으로서의 모습도 일부 보여줬다.

[08:10] 취임 즉시 합참의장 통화

"軍대비 태세에 만전 기해달라"

문 대통령은 임기가 개시되자마자 이순진 합참의장과 통화를 하고 북한 동향과 우리 군 대비 태세를 보고받았다. 오전 8시 10분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이 합참의장 전화를 받은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합참의장을 비롯한 우리 장병들은 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 일반적인 대선에서 당선됐다면 임기가 시작하는 첫날 0시 잠자리에 들기 전 하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오전 9시 30분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자택을 나섰다. 전날 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나와 당선 소감을 밝힐 때까지도 달고 있던 세월호 추모 리본 배지는 뗀 모습이었다. 그는 자택 앞에 도열한 경호팀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사진 촬영을 했다.

[10:00] 첫 공식일정 현충원 참배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

문 대통령은 대통령 의전 차량을 처음으로 타고 10시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전직 대통령 묘역을 모두 들를 것이란 예상과 달리 현충탑에만 참배했다. 방명록엔 선거 슬로건인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이란 문구를 그대로 적었다.

[10:30] 野4당 대표에 협치 당부

"앞으로도 수시로 찾아뵙겠다"

문 대통령은 10시 30분쯤부터 제1야당이자 대선에서 2위로 패한 홍준표 후보가 속한 자유한국당 당사를 제일 먼저 찾았다.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앞으로 야당과 소통하고 국정 동반자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국회로 이동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야 4당 지도부를 차례로 찾아가 선거 결과에 대해 위로하고 국정 운영 협력을 부탁했다. 현직 대통령이 청와대에서의 영수 회담이 아닌, 야당 당사 등을 줄줄이 방문한 것도 국민으로선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특히 노 원내대표는 "(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을 찾아준 첫 번째 대통령"이라고 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 야당을 찾은 적은 있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오늘 야당 방문은 일회성이 아니다. 수시로 찾아뵙겠다"고 했다. 그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선 "역대 대통령이 불행했던 모습은 3권 분립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회와 사법부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12:00] 국회서 취임 선서

'미니 취임식' 20분 만에 끝내

정오에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약식 취임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의 취임 선서를 한 뒤 "한 번도 경험 못 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취임사까지 마치는 데 20여분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내빈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내빈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문 대통령은 로텐더홀에 몰려든 국회 직원, 출입 기자 등과 자유롭게 인사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그의 동선이 다소 흐트러지기도 했다. 국회를 나서 차량이 움직이자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따라 우르르 몰려들었고, 문 대통령은 속도를 늦추게 한 뒤 차창을 열고 화답했다. 완벽하게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고 일반인과의 접촉이 철저히 차단된 기존의 대통령 취임식과는 달랐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에 문 대통령은 아예 차의 선루프를 열고 상반신을 내밀었다. 거리로 쏟아져 나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민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양손을 흔들어 보였다.

경찰 경호로 여의도 국회에서 마포대로를 거쳐 청와대까지 10㎞ 길이 뻥 뚫렸지만 이를 다 지나가는 데 50분이 걸렸다. 한 방송사 중계에선 진행자가 "대통령이 탄 차가 저렇게 천천히 가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13:10] 황 총리와 오찬

국정 인수 작업 위한 협조 구해

문 대통령은 오후 1시가 넘어 청와대에 직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도착했다. 청와대에서의 첫 일정은 지난 2개월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온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오찬이었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돼 곧 떠나야 할 총리와 일부러 대면한 것은 인수위가 없는 상태에서 원활한 국정 인수 작업 등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1시간여 오찬에서 황 총리가 그간 국정을 관리해준 데 감사를 표하고, 강원도 산불 진화 상황 등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황교안(왼쪽) 국무총리와 오찬을 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황교안(왼쪽) 국무총리와 오찬을 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4:40] 총리·국정원장 후보 발표

대통령·내정자 한자리서 회견

문 대통령은 이후 2시 40분쯤 춘추관에 나와 대통령으로서 첫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 후보자와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주영훈 경호실장 등 첫 인선을 발표하고 그 취지를 직접 설명했다. 주 경호실장을 제외한 당사자들이 모두 이 자리에 나와 기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나누며 향후 구상을 밝혔다. 총리와 부총리급 후보자와 장관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견을 한 것도 한국 정치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文대통령, 홍은동 사저에서 출퇴근… 트럼프와 통화도 집에서
청와대 관저 수리 며칠 걸릴 듯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문 대통령은 오후 3시 30분 첫 공식 업무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그는 아직 집기도 다 갖춰지지 않은 집무실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의 안내로 관련 서류에 처음 서명한 뒤 멋쩍은 듯 웃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밤늦게 청 와대를 나서 홍은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두 달간 비어 있던 관저 수리에 며칠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선거 공약이었던 '광화문 정부청사 집무실' 역시 전례 없는 일인 만큼, 공간 마련에 시일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당분간 사저에서 청와대로 출퇴근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30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도 자택에서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1/20170511002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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