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성(姓) 영문 표기는 Moon(달)이다. 그의 지지자 일부가 여기에 착안해 이번 대선에서 달빛기사단(騎士團)을 만들어 활동했다. '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합니다'라고 구호를 내건 달빛마당도 있었다. 반대 진영에서도 이를 활용했다. 안철수 후보 측은 "정치 지도자는 달처럼 남의 빛을 반사하는 게 아니라 해처럼 스스로 발광해야 한다"고 했다.

 ▶'달빛정책'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의외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햇볕정책으로 논란이 클 때 전 전 대통령은 "야당은 달빛정책이라도 내놓고 비판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문 대통령 취임에 맞춰 '한국, 달빛정책의 시대(Moonshine Era)로 돌입하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가 햇볕(sunshine)정책을 계승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Moon과 선샤인을 합친 단어를 쓴 것이다. WSJ는 달빛정책이 햇볕정책보다는 현실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는 반대로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는 달빛정책이 북한과 중국에만 좋을 소식이 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남북 관계를 중시하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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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미국에서 문샤인은 달빛을 의미하는 것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20세기 초 금주법(禁酒法) 시대에 감시를 피해 한밤중에 만든 술을 '문샤인'으로 불렀다. 지금은 미국의 시골에서 만드는 밀주(密酒)를 의미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된다. 달빛을 의미할 때는 moonlight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달빛은 대체로 신비스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소설가 이효석은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메밀꽃 필 무렵)'는 명문을 남겼다. 심훈은 '영원의 미소'에서 '티끌 하나 없는 대지 위에 달빛은 쏟아져 내려 초가집 지붕을 어루만진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달빛이 때로는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를 대변하기도 한다.

 ▶햇볕정책과는 달리 외국 언론이 먼저 명명한 달빛정책을 문 대통 령이 앞으로 실제로 펼지 어떨지 알 수 없다. 다만 햇볕정책의 아류(亞流)가 된다면 김정일에게 속고 북의 핵무장에 이용당한 역사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햇볕에 이어 달빛도 심각한 남남(南南)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달빛정책은 김정은 정권에 비춰주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짓밟히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은은한 자유의 희망이 됐으면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0/20170510030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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