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긴급뉴스"라며 김정은과 대화 언급… 극단 오가는 대북 발언]

- 대화와 군사행동 가능성 모두 꺼내
대화의 조건인 '적절한 상황'은 北 핵동결 아닌 완전 비핵화 의미
北이 조건 수용하기 쉽지 않아… 대북 특사로 대화국면 만들 수도

- 발언이 아니라 행동에 주목해야
매케인 "뛰어난 외교안보팀이 대북문제 중심 잘 잡아주고 있어"
위성락 "발언에 일희일비 말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적절한 상황(right circumstance)'이란 조건을 걸고 "북한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상당히 계산된 발언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기자에게 "긴급 뉴스(breaking news)"라고 부연 설명을 해 미리 준비한 언급임을 시사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보수 매체인 '워싱턴 이그재미너' 인터뷰에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했고,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북한에 대해) 행동할 필요가 있다면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 정책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화와 군사 옵션을 동시에 말한 것"이라고 했다.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매서운 채찍과 큼직한 당근을 같이 들고 김정은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백악관 케네디정원에서 전미독립지역은행가협회(ICBA) 회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백악관 케네디정원에서 전미독립지역은행가협회(ICBA) 회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적절한 상황이라면 북한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며“이는 정말로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햄버거를 먹으며 김정은과 대화할 것"이라고 했지만, 취임 후 북한 도발이 거세지자 대북 제재에 '화력'을 집중했다. 대중(對中) 무역 적자까지 감내하겠다며 중국을 북한 압박에 끌어들였다. 그러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6일 미 상원 의원 전원을 백악관에 초청해 새 대북 정책을 설명한 이후 '적절한 상황'이란 용어를 쓰면서 북한과 대화를 거론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7일 미 공영 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적절한 의제(right agenda)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적절한 상황'이란 어떤 합의된 표현"이라고 했다. 이는 적어도 트럼프 행정부 안에선 대화의 전제 조건에 대해 상당 부분 내부 합의가 이뤄졌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에 대해 "꽤 영리한 녀석"이라거나 "27세에 정권을 잡은 뒤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협상이란 '영리한' 선택을 하라는 의미다.

문제는 대화의 전제 조건인 '적절한 상황'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북 대화의 조건은 틸러슨 장관이 밝힌 대북 정책과 일치한다"고 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27일 "대화를 위한 '적절한 의제'는 지난 20년 (북핵 협상)처럼 (핵 개발을) 몇 달이나 몇 년간 멈췄다가 재개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핵 동결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움직여야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행동을 보이며 협상에 나올 가능성은 낮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의 김인룡 차석 대사는 지난 28일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 핵무기를) 군사 위협과 제재로 제거하려는 것은 허황된 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미국이 대북 특사를 보내는 방식 등으로 대화 국면을 만들며, 북한이 바라는 대로 핵 동결 수준에서 협상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북한 문제를 TV 리얼리티쇼처럼 다루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이 거칠고 극적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문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가로서 과도한 자신감으로 외교 문제에 본능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최근 CNN에 출연해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우왕좌왕하지 말고, 그의 행동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케인 위원장은 "매티스 국방장관 등 뛰어난 외교·안보팀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도 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말을 하고 있지만, 일관된 기조는 압박을 토대로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해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한·미 동맹의 큰 틀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면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지금까지의 입장과 일치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03/20170503001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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