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업 스포츠부 기자

 

임경업 스포츠부 기자

"우리 홈경기인데 좀 이상해. 남북공동응원단이라며? 왜 우리는 응원 안 해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대결이 열린 지난 6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중 이런 말을 나누고 있었다. 이날 경기장엔 아이스하키 남북전을 보기 위해 관중 5800여 명이 몰렸다.

압도적인 목소리는 500여 명의 '남북공동응원단'에서 나왔다. 북한이 공격할 때면 함성으로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이들은 미리 적어온 북한 선수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 야릇한 건 한국이 골을 넣으면 설렁설렁한 박수만 나온 점이다. '이거, 한국 홈경기 맞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서 보던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가 한마디 했다. "이렇게 열심히 응원할 것, 기왕이면 우리 대표팀도 좀 해주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주도한 이 공동응원단은 북한이 치른 5경기에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정작 한국이 치른 경기엔 북한전을 제외하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응원단 측은 "북한 경기 관중이 적을 것을 고려해 처음부터 북한만 응원하기로 했다. 강원도와 협의가 끝난 사항"이라고 했다. 원래 아이스하키 국제연맹은 부부젤라 등 시끄러운 응원 도구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하는데, 이날은 응원석에 몸통 크기의 북도 들어와 있었다. 누군가 북을 몰래 들여온 것이다. 이 북 사용 여부를 놓고 경기장 내에선 평창조직위와 응원단 사이에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애틋한 지극정성은 같은 기간 평양에서 싸늘한 대접을 받은 한국 여자축구선수단의 처지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5일 김일성 경기장에서 한국과 인도의 경기가 열렸을 때 북한 관중은 별다른 인연도 없는 인도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인도가 공격하면 환호성을 올렸고, 한국이 골을 넣으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인도와 경기가 이랬으니 남북 대결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아이스하키장에서는 '우리는 하나다' '통일 조국' 같은 아름다운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남북공동응원단은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를 신나게 불렀다. 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일방통행일까. 북한도 우리를 같은 눈길, 비슷한 심정으로 보기는 하는 건가. 뭣보다 그들도 우리를 반가워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3/20170413002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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