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사드관은 크게 두 가지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하나는 '사드로는 국민을 지킬 수 없다'는 '사드 회의론(懷疑論)'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과 겪는 갈등을 자신만이 풀 수 있다는 '외교적 복안론'이다. 문 후보의 사드 회의론은 작년 10월 페이스북 글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수도권과 중부 지역이 (사드) 방어 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논쟁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국민 절반이 사는 서울·경기권을 방어하지 못하는 사드에 강한 회의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런 견해는 사드 배치 목적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드 도입의 목적이 원래 '미군 보호'라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후 발사한 탄도미사일 46발은 모두 일본·괌 미군 기지와 미 증원군이 들어올 부산항, 김해공항을 겨냥한다. 즉 유사시 북한의 선제 타격 목표는 미군이다. 미군으로서는 북한의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아야 한국군을 도울 수 있으므로, 자기 돈 들여 텍사스에 있는 1개 사드 포대를 한국에 들여오려 한다. 사드 방어 대상은 한국의 특정 지역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드 논의는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해야 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조선일보 DB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조선일보 DB

문 후보의 외교적 복안론은 3월 초 예비 후보 토론 과정에서 중국의 보복에 속수무책인 현 정부를 비판하며 나왔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나는 외교적으로 해결해 안보와 국익을 함께 지켜낼 복안이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구체적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중 갈등을 해결할 묘책을 갖고 있다면 대통령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그 지혜가 꼭 활용되길 기대한다. 이와 관련해 문 후보에게 '중국의 함정'을 경계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은 중국 특유의 '귓속말 외교'다. 문 후보의 '외교적 복안'이 문 후보의 외교 자문단 중 누군가가 중국 정부(대사관)로부터 '시진핑의 뜻' 운운하는 모종의 제안을 받고 이를 문 후보에게 전달한 것이라면, 그 내용을 공론화하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귓속말 외교'는 듣는 사람은 그럴듯하지만, 상대가 나중에 뒤집어도 할 말이 없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중국은 '귓속말 외교'를 통해 '북중(北中) 동맹은 사실상 끝났다'고 한국이 믿게 했다. 그것은 속임수였다.

문 후보는 또 '중국의 사드 간섭에 정당한 명분이 있느냐'는 근본적 문제에도 눈을 돌렸으면 한다. 지금까지 중국이 주장한 모든 사드 반대 명분은 과학적, 군사적 근거가 없음이 판명됐다. 사드 레이더의 중국 감시 가능성도 억지에 불과하다. 미군이 레이더 전파 방향을 북한이 아닌 중국 쪽으로 약간만 틀어도 중국은 전자 지원 장치(ESM)를 통해 전파 종류와 발사 위치를 즉각 알 수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한·미 동맹에 간섭해 결정을 뒤집는 선례(先例)를 만들고, 궁극적으 로 한·미 동맹을 파탄 내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국방부는 "사드 반대가 말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약한 나라는 짓밟아도 된다는 중국의 패권적 행태에 대통령 후보라면 강력히 항의하는 게 마땅하다. 중국이 가장 바라는 것이 우리의 내분이다. 지난 4일 문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에서 말했듯이, 지금은 '국민이 함께해야 할 때'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5/20170405033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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