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팡=AP/뉴시스】북한에 억류됐던 평양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직원 및 가족들이 31일 새벽 세팡에 있는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아니파 아만 외무장관(가운데)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2017.03.31
【세팡=AP/뉴시스】북한에 억류됐던 평양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직원 및 가족들이 31일 새벽 세팡에 있는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아니파 아만 외무장관(가운데)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2017.03.31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평양에 억류된 자국민 9명을 귀국시키기 위해 김정남 암살 용의자 3명과 김정남 시신을 맞교환하면서, 김정남 암살사건에 대한 수사와 진실규명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지적했다. 미국과 한국이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더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31일 NHK는 북한에 발이 묶여 있던 외교관과 그 가족 9 명이 평양을 출발해 이날 오전 귀국했으며,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에 숨어있던 용의자 3명과 북측 협상대표였던 리동일 전 유엔주재 차석대사도 출국해 중국 베이징 북한대사관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NHK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했다면서, 따라서 사건의 수사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30일 북한이 말레이시아와 양국 국민 무비자 입국 재개를 적극적으로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면서,북한이 동남아시아에서 대외 활동의 거점인 중요한 우방 말레이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북한이 앞으로 김정남 암살 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며, 미국과 한국이 저질렀다는 주장을 앞으로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NHK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30 일 밤 성명 내용도 주목했다. 총리가 앞으로 철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경찰이 김정남 암살의 사실상 주모자로 지목했던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등 용의자들의 출국을 허용한 데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카르타=AP/뉴시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성명을 통해 "북한의 끔찍한 인질외교는 모든 국제법과 외교 규범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북한에 있는 말레이시아 국민을 즉각 풀어주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이날 자국내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을 금지했으며,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맞대응으로 자국내 북한 외교관의 출국을 금지했다. 사진은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양 해양국협회(IORA) 정상회담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집 라작 총리의 모습. 2017.03.07
【자카르타=AP/뉴시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성명을 통해 "북한의 끔찍한 인질외교는 모든 국제법과 외교 규범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북한에 있는 말레이시아 국민을 즉각 풀어주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이날 자국내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을 금지했으며,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맞대응으로 자국내 북한 외교관의 출국을 금지했다. 사진은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양 해양국협회(IORA) 정상회담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집 라작 총리의 모습. 2017.03.07

아사히 신문 역시 김정남 암살 사건의 전모가 해명되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조기총선을 추진하고 있는 나집 라작 총리가 평양에 억류된 자국민의 귀환을 바라는 국내 여론에 부응해 민심을 얻기 위해 북한에 양보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비리 스캔들로 퇴진 압박을 받아 온 나집 라작 총리는 지난 해 말 퇴진을 거부하면서, "차기 총선을 곧 치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8년 중순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나집 라작 총리는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나랏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er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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