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같은 김한솔 도피 경로]

北탐사기관 자칭하는 '체신넷' "金, 대만 거쳐 네덜란드로 갔다"
인도네시아 거쳐 美로 갔다는 說도

김한솔, 김정은을 독재자로 불러… 反김정은 활동 구심역할 가능성
태영호 "김정은의 입장에선 김한솔은 제거해야할 대상"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8일 유튜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지만, 김한솔 일가의 도피 경로 등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김한솔 일가를 보호하고 있다는 단체 '천리마 민방위'의 정체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9일에는 또 다른 의문의 단체가 등장해 김한솔의 타이완(臺灣) 경유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전직 고위 정보 소식통은 "김정남이 생전에 자기한테 위기 상황이 닥치거나 변고가 생길 때 한솔이를 비롯한 가족을 도와 달라고 부탁해 놓은 단체가 천리마 민방위다. 실체가 있는 단체"라고도 했다.

거론된 정부들 "아무것도 확인 못 해준다"

천리마 민방위는 "네덜란드 정부, 중국 정부, 미국 정부와 한 익명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했지만, 어느 정부도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실명으로 거론된 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9일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나 "네덜란드 정부가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현 시점에서는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정보 사항으로 무엇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신생 북한 전문 탐사 기관을 자칭하는 '체신넷(chesin.net)'이란 계정의 트위터 이용자는 익명 정부가 타이완 정부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정남이 암살된 지 이틀 후인 지난달 15일 김한솔 일가가 마카오를 떠나서 타이베이(臺北) 국제공항으로 간 뒤 행적이 묘연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체신넷의 주장을 토대로 김한솔 일가가 마카오→타이베이→네덜란드로 이동해서 최종 은신처에 도착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이와 관련, 타이완 이민서장(출입국관리소장)은 이날 국회 질의에서 "김한솔이 입국하지 않았지만 타이베이 경유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한솔이 인도네시아를 거쳐 미국으로 갔다는 추측도 나온다. 한 북한 소식통은 "1997년 8월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당시 주(駐)이집트 북한 대사는 지난 20년간 어떤 행적도 드러난 적이 없을 정도로 미국은 보안이 철저하다. 김한솔도 미국행을 강력히 원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직 정보 당국 관계자는 "남미의 어느 나라에 미국 보호를 받으며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김한솔 '反김정은' 구심점 될지도

김한솔이 숨어 살지 않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공개 비판하는 등 탈북·인권 단체들의 '반(反)김정은 활동'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한솔은 소위 '백두 혈통'의 장손(長孫)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과거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부르는 등 북한 체제에 비판적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김한솔은 지난 8일 공개된 동영상에서도 김정남 사인을 심장마비로 우기는 북한 주장을 전면 반박하며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저항 의지를 드러냈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일부 탈북민 단체들은 '북한 망명 정부' 지도자로 김정남과 김평일을 옹립하려고 시도했다"며 "김정남이 죽고 김평일에 대한 감시가 심해진 상황에서 김한솔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 공사가 8일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김한솔은 김정은 처지에서 보면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다"고 한 것도 김한솔의 잠재적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김한솔이 총대를 메고 김씨 왕조를 허무는 데 앞장서면 효과가 클 것"이라며 "김한솔은 머리가 좋고 민주주의 교육을 받았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일성의 증손자인 김한솔이 나서 김일성과 김정남이 찍은 사진이라도 공개하면 김정은의 정통성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10/20170310002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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