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일부 현지 언론 "경찰 3명을 DNA 얻기 위해 마카오 보내"
경찰청장은 "아직 안 보냈다"
부청장은 "1~2일內 유족이 말레이에 입국할 수도"

말레이, 北대사관 폐쇄 검토
문화부장관 "北은 깡패국가"
 

김정남 암살 사건을 조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 자녀의 DNA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이 "사망자가 김정남"이라는 말레이시아 당국 발표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수사의 공신력을 확보하려면 유족 DNA 샘플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성주일보는 22일(현지 시각) "(김정남 장남) 김한솔의 DNA를 얻기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경찰 3명을 마카오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23일 말레이시아 중국보도 소식통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경찰이 마카오 현지 인터폴과 협력을 통해 김한솔의 DNA 샘플을 채취할 예정"이라면서 "마카오로 간 경찰이 샘플을 확보하는 즉시 귀국해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중앙병원에 안치된 시신의 DNA와 대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마카오에 경찰을 보내지 않았고, 아직 DNA를 확보하지도 못했다"면서 이를 부인했다.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의 유족이 DNA 검사를 위해 말레이시아로 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23일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부청장은 기자들을 만나 "아직 죽은 사람의 가족이 입국하지는 않았지만, 1~2일 내에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말레이시아 뉴스트레이츠타임스가 보도했다. 그는 '김정남'이나 '마카오'라는 말을 직접 입에 올리는 대신, "망자(亡者)의 가족이 말레이시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다"고 했다.

만약 김정남의 장남인 김한솔이 말레이시아로 직접 온다면 마카오로 파견됐다는 경찰은 김한솔을 안전하게 말레이시아로 데려오기 위한 목적으로 마카오를 방문한 것일 수도 있다. 마카오 현지 소식통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날 오후 마카오에 도착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말레이시아가 이렇게 DNA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유족의 DNA 확보가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고 이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 짓는 관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 작업이 중국 정부와 말레이시아 당국 간 협조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말레이시아가 확보한 유족 DNA와 사망자 DNA가 일치할 경우, 사망자가 '김철'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곧바로 거짓말인 것으로 판명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신원 감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사망자 가족들과 협의해 시신 처리와 인도 등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말레이 北대사관 앞에서 "북한이 싫다" - 말레이시아 연립정부를 주도하는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청년위원회 회원들이 23일 쿠알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 피켓에는‘싸이(PSY·가수·남한)는 좋고, 스파이(SPY·북한)는 싫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정남 암살과 관련, 북한이“말레이시아 수사를 못 믿는다”고 밝힌 이후 현지에선 반북(反北)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말레이 北대사관 앞에서 "북한이 싫다" - 말레이시아 연립정부를 주도하는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청년위원회 회원들이 23일 쿠알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 피켓에는‘싸이(PSY·가수·남한)는 좋고, 스파이(SPY·북한)는 싫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정남 암살과 관련, 북한이“말레이시아 수사를 못 믿는다”고 밝힌 이후 현지에선 반북(反北)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말레이시아에는 "말레이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북한의 억지 주장을 놓고 반(反)북한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인)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에 대한 조사 요청서를 북한 대사관에 보냈다"며 "숨길 것이 없으면 협조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협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 직원인 김욱일에 대해선 "(외교관인 현광성과 달리) 그는 외교관 면책특권도 없다"면서 "자진해서 경찰에 출두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추적해 체포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남 암살 수사와 관련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온 것이다. 현지 동방일보에 따르면, 두 용의자는 사건 발생 후부터 대사관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이 대사관 안에 숨는다면 대사관을 불가침 영역으로 지정한 빈 협약에 따라 말레이시아 경찰이 강제 구인을 할 수 없다.

말레이시아 정·관계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말레이 정부가 북한 대사관을 폐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교를 중단한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1973년 이래 44년간 우방 관계를 맺어 왔다.

현지 매체인 말레이메일 온라인에 따르면 세리 나스리 아지즈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날 "개인적으로 북한이 국제법을 아예 지키지 않는 '깡패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국민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북한 여행을 자제해 줄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연립정부를 주도하는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청년위원회 등은 이날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4/20170224001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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