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 김정남 암살 배후로 北정권 지목
"北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암살 개입"
범인들 현지 안내, 정보 제공한듯

- 말레이시아, 北에 노골적 반감
수사 협조 안하면 체포영장 방침 "金 안치 영안실 누군가 침범 시도"
北과 관련 있냐고 묻자 "수사 중"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2일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두 번째 공식 수사 결과 발표에서 추가 용의자로 주(駐)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의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을 지목했다. 지난 19일 "북한 국적 남성 5명이 용의자"라고 밝힌 데 이어 북한 대사관 외교관과 국영항공사 직원을 용의선상에 올리며 이번 사건을 평양이 배후에 있는 북한 정권 차원의 범죄로 파악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바카르 청장은 3분 남짓한 브리핑에서 메모지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시종일관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했다. 회견장을 가득 채운 200여명의 취재진 중 일부가 추측성 질문을 하자 "우리를 믿어라, 자주 회견을 하고 있지 않으냐"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현광성과 김욱일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소식통을 인용, "현광성이 이번 사건의 총감독으로, 모든 과정을 조율하고 지켜봤으며 관련 내용을 강철 대사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은 항공사 직원 신분을 이용해 김정남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하고, 용의자들에게 공항 구조 등을 알려줬을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1973년 수교 이후 44년간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북한이 말레이시아 영토에서 암살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경찰 수사를 의심하면서 양국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했었다. 북한 대사관은 이날도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는 근거가 없다"고 비난하면서 "살해 용의자로 구금 중인 북한 국적자 리정철과 베트남·인도네시아 여성 등 3명이 불합리하게 체포됐으니 즉각 석방을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건이 터진 뒤에도 북한 대사관은 배후에서 용의자들을 은닉했다. 22일 말레이시아 중국 매체 동방일보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말레이 경찰은 일찌감치 공항 CCTV를 통해 두 사람의 신원을 추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상 정보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둘이 대사관에 몸을 숨긴 상태였다. 동방일보는 "두 용의자가 범행 직후부터 대사관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이들이 북한 대사관 안에 계속 숨는다면 대사관을 불가침 영역으로 지정한 빈 협정에 따라 주재국 사법 당국이 강제 구인할 수는 없다.


 

암살 성공에 웃음 짓나… 자카르타 거쳐 도주하는 北용의자 3명 - 지난 13일 김정남 암살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현장에서 지켜보고 달아난 북한 남성 홍송학과 리재남, 리지현(오른쪽부터)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하는 장면이 공항 CCTV에 잡혔다. 이들은 활짝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세 사람은 자카르타와 두바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평양으로 귀국했다. /NHK
암살 성공에 웃음 짓나… 자카르타 거쳐 도주하는 北용의자 3명 - 지난 13일 김정남 암살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현장에서 지켜보고 달아난 북한 남성 홍송학과 리재남, 리지현(오른쪽부터)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하는 장면이 공항 CCTV에 잡혔다. 이들은 활짝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세 사람은 자카르타와 두바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평양으로 귀국했다. /NHK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바카르 청장은 "북한 대사관에 '용의자 진술 녹취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지만, 오늘 아침까지 답을 듣지 못했다"며 "그들(북한)은 전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병원(HKL)에 경찰들이 운집한 이유를 묻자, "누군가가 병원 영안실에 침범하려고 시도했다"면서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정확한 신원은 밝히지 않겠다"고 북한을 시사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 하지만 "영안실에 침입한 사람이 북한 정부와 관련이 있나"라고 하자, "수사 중"이라며 직접 답변은 피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 대사관이 계속 수사 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강경책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바카르 청장은 "만약 북한이 계속 수사 협조에 응하지 않을 경우, (용의자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관은 면책 특권이 있기 때문에 현광성을 강제 수사하기는 어렵고 빈 협정에 따라 대사관에 숨은 김욱일을 강제 구인할 수도 없다. 바카르 청장도 이를 의식한 듯 동방일보에 "만약 끝까지 북한 측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경찰 자유재량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어떤 방법일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광성을 본국으로 추방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바카르 청장은 또 "북한이 (사건에 대한) 공동조사 요청을 했는데, 받아들일 거냐"는 질문이 나오자,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휘휘 내저으며 "이것은 전적으로 말레이 정부의 관할권(jurisdiction)"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평양으로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것이 확실한 만큼 북한에 이들의 송환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3/20170223003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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