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9일로 1년이 됐다. 1년동안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기업 1곳 당 2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123곳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25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손실을 보면서도 재하청을 통해 매출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면서 “보상특별법을 제정해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또 공단 재가동시 기업 3곳 중 2곳은 재입주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류 의견을 낸 기업(26%)도 “여건만 맞는다면 재입주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논의를 즉시 시작하길 바란다. 이를 위한 여건이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전경./조선일보DB
개성공단 전경./조선일보DB

 

◆ 개성으로 가는 길 막힌지 1년... 기업 피해 계속 쌓여

개성공단기업비대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개성공단 중단 1년 간의 기업 현황과 애로사항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기섭 위원장은 “피해 기업들은 지난 1년간 피해 규모의 30%에 불과한 정부의 무이자대출 성격의 지원만 받았다. 이 것만으로는 기업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또 “정부가 ‘입주기업이 들어갈 마음이 없는데 개성공단 재개를 검토할 시기가 아니다’고 발표한 것은 입주기업의 입장과 상반된다”며 “93%의 기업이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 전 입주기업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 전체 123개사를 대상으로 전자우편 및 팩스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엔 총 84개사가 회신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44%는 개성공단 재개시 ‘무조건 입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입주할 계획’이라는 답변도 23%에 이르렀다.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보류 입장은 26%로, 비대위는 93%의 기업이 재입주를 희망하거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석했다.

비대위는 “응답기업의 81%는 개성공단의 인건비 대비 높은 생산성, 낮은 물류비, 숙련노동자 등 국내외 대비 경쟁력 있는 경영환경을 인정하고 있다”며 “재입주가 어렵다고 답한 기업들은 ‘재개시 가중되는 기업 부담’과 ‘언제 닫힐지 모르는 경영 환경’을 이유로 꼽았다는 점에서 피해보상책과 재발방지책만 제대로 세워진다면 재입주를 고려하겠다는 의사로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사전 조치로 58%의 기업이 ‘남북 정부 당국간 재가동 합의’를 꼽았다고 전했다. 이어 ‘설비점검을 위한 기업인의 현장 방문’, ‘기업인과 북측 당국간 협의’ 순이었다.

개성공단 재개와 재입주시 애로사항으로는 ‘기수령한 경협보험·지원금 반납’ 문제를 꼽았다. 현행 제도상 경협보험을 수령한 기업은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사업을 재개할 시 한달내에 기수령한 보험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정기섭 위원장은 “보험금을 수령한 기업들이 대부분 해외투자나 경영자금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원금을 그대로 갖고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분할상환이나 일종의 설비자금 대출 방식에 준하는 장기 분할 방식으로 해법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단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단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 ‘평화의 상징’에서 ‘핵개발 부역자’라니.. 억울함 호소하는 기업인

개성공단에서 전자부품 및 금형제조업을 했던 A기업의 사장은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이유로 든 ‘핵개발비 전용’은 기업인의 명예에 심각한 먹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에 입주하라고 할 때는 ‘한반도 평화의 전도사’로 대우했고, 기업인들도 이러한 평가를 자부심으로 갖고 있었다”며 “지금은 핵개발에 부역한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짊어지고 있다. 이런 불명예를 어떻게 씻어줄 것인지 정부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통일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발표하면서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과 기타비용의 70%가 당 서기실 및 39호실에 상납되고 그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이나 치적사업 또는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요구받자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돈이 들어간 증거자료, 액수 이런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 것은 와전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정기섭 위원장은 이날 ‘개성공단 직원 임금 핵개발 자금 전용’ 문제와 관련해, “홍용표 장관도 추정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똑같은 추정으로 말씀드리면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북한 실제 물가와 기업측이 인도적으로 제공한 물품 등을 고려했을 때 70%가 전용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과 관련해 비선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초기 통일부장관을 지낸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NSC에서 결정을 해서 논의한 다음에 결정하게 돼 있는데 그런 과정들이 좀 더 밀도 있게 진행이 안 됐다”고 밝혔다.

류길재 전 장관은 ‘복기해 보면 비선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뭔가 뚝딱 내려왔던 건 아닌가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글쎄, 뭐 그렇게 짐작을 하는 것”이라며 “만약 제가 알았더라면 더욱더 집요하게 얘기를 하고 설득하려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개성공단 관련 주요 통계./조선일보DB
개성공단 관련 주요 통계./조선일보DB

 

◆ 개성공단 중단,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대외 신인도 하락 요인으로 지목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 1년, 남북관계 현주소와 과제’ 보고서에서 “남북당국간 대화 창구가 사실상 폐쇄되면서 한국의 신인도 하락으로 우리 경제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잇따른 군사 도발과 남한의 정책 추진 일관성 결여를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이로 인해 정치·군사적으로는 한반도 안보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이산가족 상봉 중단 등 교류가 단절된 상황이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경협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심화하고 경협 기업의 경영난, 남북 간 경제력 격차 확대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트라와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토대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종합한 결과, 2016년 북중교역액은 60.5억달러, 대중의존도는 87.4%로 추정된다. 북한의 대중무역 의존도가 심화할수록 향후 남북간 경제협력 규모는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이 연구위원은 또 “인도적 지원 중단이 장기화하면 남북 간 보건의료 격차 확대로 민족 동질성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평화 우선과 정경분리, 민관공조 원칙 아래 지속해서 추진할 수 있는 대북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개성공단 재개 등 경제협력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당국간 공식 대화 채널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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