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초기 간부 지시문 입수
"黨 비판하는 것들 씨 말려야"
젊은 층에 퍼진 한류 경계령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당 간부들에게 "지금 우리(북한) 사람 속에 남조선을 대한민국, 한국이라고 부르는 나쁜 놈들이 있다고 한다"며 "인민군대는 남조선을 지금처럼 '공화국 남반부'라고 부르는 것으로 고착시켜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김정은 집권 초기(2012~2013년)의 '당·군 간부 지시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북한 젊은 층 사이에 한류(韓流)가 퍼지는 것을 우려하며 단속을 지시했다.

김정은은 지난 2012년 12월 군 간부에게 "(군인들이) 남조선 말투와 외래어를 쓰거나, 출처 없는 노래 및 가사가 왜곡된 노래를 부르는 현상을 포함해 불건전한 요소들을 맹아(싹)부터 짓뭉개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9월에도 당 간부를 향해 "지금 (북한은) 젊은 사람들이 문제다. 말이 몹시 거칠고 당 정책에 대한 불평·불만도 표출하고 있다"며 "우리 당 정책을 시비하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께서 내놓으신 정책을 엎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벌초할 것이 아니라 씨까지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자신이 주재한 회의에서 조는 행위에 대해서도 일찌감치 경고했다. 그는 2013년 4월 총정치국장에게 "중요 회의에서 눈을 감고 조는 것은 초보적인 도덕도 없는 불순한 행동"이라고 했다. 실제 2015년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할 때 내세운 이유 중 하나도 '졸았다'는 것이었다. 북한군 내부 비리를 질책한 내용도 적지 않다. 그는 2012년 1월 북한군 공군 1사단 216여단을 방문해 비행사들이 먹는 치즈와 초콜릿 등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했다며 "동물원 사육사도 변질된 음식은 짐승에게 먹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의 현지 시찰은 (군대가 추천한 곳이 아니라) 내가 직접 정해 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2013년 3월 총참모장에게 "최고사령관(김정은)이 직접 지도한 연습에서까지 높은 점수를 얻으려고 요령주의를 했다는 것은 매우 엄중한 비당 (非党)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인민군대에서 미신 행위를 막기 위한 투쟁을 강하게 벌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정은은 북한 사회의 성(性) 풍속 문란도 비판했다. 그는 2012년 12월 당 간부에게 "사회적 성이 문란해지고 성 불량(성 문란) 행위들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혼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한 투쟁"을 강조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8/20161208001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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