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강산관광 사업의 명맥을 잇기 위해 관광객들의 경비를 지원해주겠다고 나선 것은 그 취지나 정신이야 여하튼 보편적 공감을 받기 어렵다. 국민들에게 돈을 대주면서까지 관광을 가라고 재촉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더구나 국민세금에서 나온 그 지원금액은 고스란히 특정기업을 거쳐 북한정권에 들어가게 돼 있지 않은가.

정부는 “금강산 지역이 남북화합과 통일교육의 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의 금강산 관광이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그런 효과를 실질적으로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국민들이 금강산 관광을 외면하다시피 해온 것은 비단 경비 때문만은 아니다. 현지주민들과는 철저히 격리된 채 산과 들만 구경하는 세계 유일의 ‘특이한’ 여행방식으로는 남북화합 이전에 관광 자체로서의 의미도 살리기 어려웠던 것이 더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사업의 활로는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이나 육로개방 등을 통해 관광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서 찾아야지, 정부가 경비를 떠맡고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부의 속내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될 경우 북한정권의 불만을 사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또한 대북 햇볕정책의 상징적 결과물로 내세워 온 이 사업을 현 정부 임기 중에 중단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작용했을 것이다. 정부가 당초 이 사업의 성격을 ‘순수 민간사업’으로 규정했다가 ‘평화사업’으로 말을 바꾸면서까지 대북경협의 정경분리 원칙을 허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금강산관광 사업은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부 스스로 정한 남북경협의 원칙과 질서를 훼손해가면서까지 억지 춘향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정부의 대북 체면 세우기는 될지 몰라도 남북관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별로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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