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접촉… 美는 前職 참석, 北선 한성렬 등 고위당국자 나와
외교부 "전례없는 대북제재로 인한 北의 고립, 그대로 보여줘"
케리, 美서 '對北 외교봉쇄 강화'… 美·北관계 당분간 변화 힘들 듯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22일 미·북 접촉이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22일 미·북 접촉이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불법 정권'(an illegal and illegitimate regime)이라 칭하며 북한에 대한 외교적 봉쇄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은 같은 날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미국 민간 전문가들과의 접촉에 고위 당국자를 내보내며 글로벌 압박에 대한 타개책을 모색했지만, 미·북 관계의 변화는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케리 장관은 21일(현지 시각) 미국을 방문 중인 사바 알 칼리드 알 사바 쿠웨이트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기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對北) 압박'을 화두에 올렸다. 미국이 6자회담 참가국 외의 국가들과 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주요 이슈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케리 장관은 "쿠웨이트가 최근 (북한) 항공기의 입항을 막고 (북한이 파견한) 노동자들을 통한 수익이 북한의 불법 정권을 지탱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북한의 (핵) 확산 활동을 막는 데 노력을 기울여 준 쿠웨이트 왕과 정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케리 장관이 북한에 대해 '불법 정권'이라는 강력한 표현을 썼다"며 "미국 당국자가 이례적으로 김정은 세습 정권의 적법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케리 장관은 쿠웨이트가 취한 구체적 조치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이 북한 정권으로 송금되지 못하도록 막고, 북한 고려항공의 쿠웨이트 이착륙을 금지시킨 조치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러시아와 함께 북한 고려항공이 취항하는 3개국 가운데 하나인 쿠웨이트에 고려항공은 8월 이후 운항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제재와 국가 간 제재를 강화하는 '전면적 외교 봉쇄'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키는 '이란식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는 "북한의 노동자 수출이 북한 정권에 막대한 돈을 가져다주고, 그 수입이 결국 여러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북한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국가들에 대해 계속 그런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과 국무부의 강경한 태도에는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미·북 접촉이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무관하다"는 메시지도 함축돼 있는 것으로 외교 소식통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번 미·북 접촉에 나선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 등은 미국 내 소수 대화파에 속한다. 현 오바마 정부나 차기 미 대통령이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캠프와도 별 인연이 없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 접촉에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주유엔 차석대사 등 고위 당국자를 보냈다.

우리 외교부는 "북한이 '트랙 투(민간 분야)' 회의에마저도 현직 당국자들을 파 견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인한 외교적 고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틀 동안의 협상 뒤 기자들을 만나 장 차석대사는 "현안 문제를 이것저것 다 얘기했다"면서도 "다들 정부 대표가 아니니까 협상하고 그런 건…(없다)"고 말했다. 미국 측의 시걸 국장은 "북한 측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전에 미 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를 원하는 반면 미국 측은 핵무기 중단이 우선이라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북한 측이 '선(先)핵폐기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얘기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나 클린턴 캠프의 핵심인 웬디 셔먼, 미셸 플러노이, 커트 캠벨 등은 모두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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