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현 정치부 차장[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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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중국 내 북한 식당을 탈출한 여종업원 12명의 귀순 사건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이중적 잣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는 탈북 여종업원들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지 하루 만에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들의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했다. 그동안 정부는 언론이 탈북 사건을 취재할 때마다 "탈북민과 그 북한 가족의 신변 안전 때문에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해왔다. 언론도 '목숨보다 더 귀한 인권은 없다'는 차원에서 북송(北送) 등 위기에 처한 탈북민이 아니라면 굳이 이슈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가 나서서 탈북 사건을 뉴스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시점도 20대 총선을 닷새 앞둔 날이었다. 안보 부서의 실무진들은 전례와 후폭풍 등을 감안해 탈북 공개는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그럼에도 공개를 밀어붙인 부서와 지도부는 탈북 여종업원과 그 가족을 위험에 빠트릴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더 황당하다. 탈북 여종업원들이 우리 당국에 납치됐는지를 직접 확인하겠다며 법원에 '인신구제 청구 심사'를 청구했다. 만약 민변 요구대로 여종업원들이 법정에 나간다면 이들의 북한 가족들은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스스로 탈북했다"는 여종업원의 법정 진술이 공개된다면 북한 가족들은 딸을, 혹은 자매를 잘못 둔 죄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 그동안 민변은 "인권 보호"라는 명분을 자주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에 있는 여종업원) 가족의 안위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 당국이 책임질 부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북에 남은 가족의 안위와 인권은 무엇이란 말인가.

탈북 여종업원들에 대한 우리의 과도한 관심도 짚어볼 대목이다. 이들이 젊고 예쁜 여성이란 소문이 돌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시끄럽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탈북민들은 목숨을 걸고 북·중 국경을 넘고 있다. 일가족이, 마을 주민들이 집단 탈북하고 있지만 우리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번 탈북 사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여성' '젊음' '미모'라는 키워드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4월부터 국가정보원 산하 합동신문센터에 머무는 탈북 종업원들은 센터를 떠난 이후를 걱정한다고 한다. 북한 등은 국정원이 '감금 중'이라고 주장하지만, 여종업원들은 늦어도 10월 중순이면 센터를 나간다. 이들은 우리 젊은이들처럼 대학도 가고, 취직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센터 문을 나서자마자 우리 사 회의 누군가가 자신들을 쫓아다니며 '납치된 게 아니냐' '어떻게 탈북했느냐' 등을 따져 묻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여종업원 12명은 조용히 안착하기를 소망한다. 북한에 있는 가족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여종업원들과 그 가족들이 모두 안전하게 지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인권 문제는 없다. 북한 인권을 지키지는 못해도 망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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