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초 4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도발을 계속했던 북한이 대화 공세로 돌아섰다. 예상됐던 일이다. 북한은 지난 20일 공개 서한을 통해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으며 21일엔 통지문을 보내와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을 갖자고 했다. 통지문은 북한이 지난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반발해 스스로 폐쇄했던 서해 군 통신망을 다시 열어 우리 측에 전달해왔다.

이 제안은 지난 6~10일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남 군사 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정은은 우리를 향해 남북 화해에 방해가 되는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없애라고 했다. 5·24 조치 해제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같은 것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군사 긴장을 높이는 도발을 감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를 내세우는 북한의 화전(和戰) 양면 전술은 새로울 것도 없다. 지난 4월 2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기습 발사하던 날, 리수용 외무상은 한·미가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핵실험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남북 군사회담 제안도 중국·러시아까지 사상 최강 대북(對北) 국제 제재에 가세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남측에 책임을 떠넘겨 남·남 갈등을 유발하는 동시에 시간을 끌어 핵 보유국 지위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에도 균열을 내겠다는 뻔한 속셈이다. 지금은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해 제재의 채찍을 들어야 할 국면이다.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대화 제안을 그대로 수용할 상황이 결코 아니다.

북의 노동당중앙위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쿠바 방문 길에 올랐다. 며칠 전엔 김영남 최고인민위 상임위원장이 중국을 거쳐 아프리카로 갔고, 지난달엔 리수용 외상이 미국을 방문했다. 국제 제재가 점점 강화되는 상황에서 뭔가 나름대로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는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북의 대화 공세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이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미 간 빈틈 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미국에 새 정권과 새 안보팀이 들어서 대북 정책 방향이 확고해지는 내년 중반까지는 국제 공조를 더 강화해나가야 한다. 북을 비핵화 쪽으로 몰아갈 수 있는 전략 시나리오를 단계별로 마련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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