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혁 정치부 차장[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임민혁 정치부 차장[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외빈(外賓)을 만나는 기준은 도대체 무엇일까. 김정일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씨가 최근 평양에서 김정은을 면담했다는 소식을 외신으로 접하면서 든 의문이다.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 오른 지 4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외국 인사를 직접 만난 횟수는 열 손가락으로 꼽힌다. 1년에 수십 번씩 외빈 접견을 하는 다른 나라 정상(頂上)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렇게 '귀한' 외빈 접견이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고심해서 대상을 선택하는 것 같지도 않다. 10여 번 중 겐지씨가 두 차례, '벌레(the worm)'라는 별명이 붙은 미국의 악동 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두 차례다. 순전히 개인적 친분과 취미에 따른 만남이다. 통상적 외교 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중국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 리위안차오(李源潮) 부주석, 미겔 디아스 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 면담 정도다.

오히려 '만나지 않은 인사 리스트'가 훨씬 길고 화려하다.
2014년 1월 9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데니스 로드먼 등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 선수들과 농구경기를 관람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014년 1월 9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데니스 로드먼 등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 선수들과 농구경기를 관람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우선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 김정은은 집권한 이후 처음으로 2013년에 평양을 방문한 외국 정상인 엘베그도르지를 만나지 않았다. 엘베그도르지가 김일성종합대학 연설에서 "어떤 폭정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고 언급한 데 따른 불편함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정은은 이후 지금까지도 외국 정상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

같은 해 세계 최대 IT 기업인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IT 인프라 투자에 관심을 보였지만 김정은은 외면했다. 당시 미국의 외교 소식통은 "인민의 삶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지도자가 로드먼과 파티를 벌일 시간은 있고, 구글 회장을 만날 시간은 없다는 걸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은 남북 관계에 상징성이 있는 인물로 과거 김정일도 일정 부분 예우를 갖춰 맞아줬지만 김정은은 그러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特使)로서 친서(親書)를 들고 방북했던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이지마 이사오 일본 총리 자문역도 김정은을 볼 수 없었다.
 
1988년부터 13년 동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64)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TV조선의 '시사토크 판'에 출연하기 위해 방한한 그가 2011년 12월 24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명원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1988년부터 13년 동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64)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TV조선의 '시사토크 판'에 출연하기 위해 방한한 그가 2011년 12월 24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명원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러시아 전승절 행사 참석을 취소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초청도 번복했다. 곧 시작되는 당 대회에도 외국 사절을 초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외 관계, 남북 관계, 경제개발 등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만남을 모두 거부하고 '국제사회의 은둔형 외톨이'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은 외부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 적나라한 목소리를 듣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하긴 전 세계와 척지고 나 홀로 '핵·미사일 강성 대국'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철저히 귀를 닫고 자신을 세뇌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