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세계에 가족과 함께 오게 돼 기쁘다.”
18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탈북자 25명은 환하면서도 설렌 표정이었다. 지난 14일 북경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진입할 당시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여유로운 분위기가 풍겼다. 마중 나온 정부측 인사와 탈북자 인권운동 단체 관계자, 시민들을 향해 가벼운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도와주신 국내외 인권운동 단체 관계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피랍·탈북자인권과 구명을 위한 시민연대’ 산하 6개 단체의 간부 15명 등은 이들에게 화환 10여개를 전달하기도 했다.


◇피랍·납북자 인권과 구명을 위한 시민연대 이서 목사(사진 가운데) 등 회원들이 18일 오후 인천공항에 나와 꽃다발을 든 채 탈북자들의 입국을 환영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趙寅元기자 join1@chosun.com

필리핀에서 서울로 향하던 기내에서부터 이들은 흥분된 표정이었다. 사흘간 머물렀던 캠프 아기날도를 떠나 오전 10시쯤(현지시각)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낮 12시30분쯤 어린이 한 명과 어머니로 보이는 부인이 먼저 탑승하기 시작, 25명 모두 앞쪽 7열부터 10열(28석)에 자리잡았다.

이들은 탑승하자 마자 여유를 찾은 듯 기내 비디오를 만지며 신기해했다. 어린아이들은 한 열에 모여앉아 서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한 10대는 이름을 묻자 “제발 나가달라우요. 머리 아파요”라며 코믹한 표정을 지었다.

오후 1시2분, 622편이 서울을 향해 이륙하자 모두들 밝고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명옥(39)씨는 “자유세계에, 그것도 가족들과 함께 가게 돼 더 좋다”며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은 반드시 잘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얼굴에 피곤함이 남아있는 최병섭(52)씨는 소감을 묻자 환하게 “고향가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한 소녀는 “기내에서 먹은 케이크가 너무 맛있다”고 소감을 말한 뒤, “그 동안 고생한 게…”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622편은 360여명이 탑승할 수 있는 777기종으로, 25명 전원에게 비즈니스 좌석이 배정됐다. 기내식으로는 소고기와 닭고기 요리 등이 제공됐다.

이들의 입국 비용은 우리 정부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각각 분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UNHCR는 베이징 출발에서 필리핀 도착까지의 항공료 등을, 우리 정부는 필리핀 체류에서 서울 도착까지 비용을 부담키로 했다. UNHCR의 이같은 결정은 탈북자들의 중국 추방 과정이 인권과 관계된 사안인 데다, UNHCR도 이 사태 해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들이 대기 중이던 정부측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 귀빈주차장 앞을 떠나는 순간 ‘꿈에도 그리던 대한민국에서 평화롭게 사세요’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보였다.
/마닐라~인천국제공항=李光會특파원 santafe@chosun.com
/白承宰기자 white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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