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4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만나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고 백악관 측이 밝혔다. 이로써 북의 4차 핵실험 50여일 만에 결의안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안보리는 2006년 북의 1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때마다 5번의 제재안을 채택했다. 이번 6번째 제재안의 핵심은 석탄 등 북의 주요 광물 수출을 막고 금융 거래까지 포괄적으로 차단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미·중 외교장관들이 '가장 강도 높은'이라는 표현을 쓴 만큼 과거 같은 엉터리 제재는 아닐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5번의 결의안은 몇 개월 지나면 잊혀지거나 실제 이행되지도 않았다. 북의 결의안 위반 의심 사례라고 안보리에 보고된 내용이 매년 몇 건 되지 않았던 데다 이에 대한 추가 제재도 사실상 없었다. 이런 하나 마나 한 제재가 북이 수소탄을 개발했다고 큰소리치는 오늘의 결과를 낳았다.

이번 제재안이 압축되는 과정에서 미·중은 북핵과 미사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두 나라 사이의 다른 현안들을 결부시키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중국은 북에 대한 직접적 무역 제재나 중유 공급 중단 조치 같은 것을 거부했다. 미국도 제재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중국이 꺼낸 북·미 평화협정 같은 얘기에 솔깃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도 석연찮은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23일 기자회견에서 왕이 부장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의를 병행 추진하기 바란다"고 했다. 케리 장관도 대북 제재의 목표에 대해 "북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 비핵화 문제를 협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말은 옳다. 북핵 폐기를 이룰 수 있다면 제재든 대화든 뭐든 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대화 재개를 목적으로 하는 제재는 반드시 북의 시간 벌기와 재도발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제재 시늉만 하다가 얼마 안 있어 '극적 반전'이라면서 대화 국면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도발→제재→대화→도발'의 20여년 쳇바퀴를 또 돌리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북핵 폐기를 이루려면 제재 국면에서 북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는 현실을 절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 미·중은 그럴 결의를 갖고 대북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가. 어느 쪽인지는 조만간 드러나게 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