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육군첩보부대) 북파공작 전국연합동지회」 소속 회원들로 밝혀진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 자체는 바람직스럽지 않은 방식이다. 그러나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거기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위대의 요구사항은 두 가지였다. 자신들의 「실체」를 인정하고 정부가 약속한 보상을 즉각 이행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자신들을 북한에 파견해 특수활동을 벌이도록 했음에도 그 실체(實體)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금전적 보상 등 공작원으로 채용할 당시의 약속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실체에 대해서는 정부도 사실상 인정한 지 꽤 오래다. 지난해 7월 국군정보사령부는 국회 정무위 브리핑에서 『참전군인 지원법의 적용대상에 특수임무 요원을 포함시키는 조항을 신설해 이들에게도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후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제껏 문제해결을 늦춰왔던 것이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허둥지둥 해법찾기에 나서는 정부의 무책임성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이들의 한(恨)을 풀어주고 적절한 보상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 나름의 고민도 있을지 모른다. 북파공작원 문제는 남북관계상 미묘한 문제여서 그것을 공식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이 문제가 지금처럼 악화되지 않도록 진작부터 조용한 해결책을 강구했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