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테러방지법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고 처리 절차에 들어갔다. 북한과 국제 테러 단체에 의한 각종 테러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테러방지법을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40여년 만에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제)까지 강행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회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이 없으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없고 법안 처리는 무작정 지연된다. 이에 따라 이날 여야가 처리키로 합의했던 북한인권법도 무산됐다. 북의 각종 테러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북한 주민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법안이 모두 가로막힌 것이다.

테러방지법은 테러방지센터를 설치해 위험 인물의 출입국, 금융 거래, 통신 정보 등을 수집·조사하는 한편 외국 정부·단체와 정보 협력을 강화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제출된 이후 15년째 표류하고 있다.

야당은 국가정보원에 정보 수집권, 계좌 추적권을 주면 국민 사찰에 악용될 것이라며 국민안전처가 총괄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내외 정보 활동을 해본 적도 없는 국민안전처에 테러 대응을 하라는 것은 누가 들어도 말이 안 된다. 주요 선진국 중 전담 조직과 법이 없는 나라는 극소수다. 국정원의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면 보완 장치를 만들면 된다. 법안에는 인권침해를 막는 조항이 들어 있지만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야당은 또 "의장의 직권 상정은 국가 비상사태 등에 한해서만 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인지 야당이 먼저 되돌아볼 일이다. 북이 핵·미사일 도발에 이어 대남 테러 역량을 결집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하는 상황에서 왜 끝까지 법안 처리를 막는지 합당한 이유를 대야 한다.

국제 제재에 몰린 북한은 언제든 공항·항만 등 우리 주요 시설물과 고위 탈북자 등 주요 인사에 대해 테러를 가할 수 있다.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테러 조직에 의한 공격 위험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야당은 테러 공격으로 국민이 피해를 본 후에야 테러방지법을 처리하자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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