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식 통일한국포럼 회장·前 통일원 장관[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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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명 또는 수천만명을 무차별 살육할 수 있는 핵무기가 북한 당국에 의하여 개발되고 있다. 북핵은 대내용뿐만 아니라 대미용, 대남용, 대일용, 나아가서는 대중국용 등 다목적이 될 수 있다. 북핵이 체제 유지만을 위한 대내용이라는 주장이나 북한과 미국의 양자 관계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주장은 북핵 개발에 대한 우리의 주체적 대응 노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

핵무기의 확산 방지는 범세계적 문제이므로 미국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한 국가들, 특히 국제적으로 핵무기 보유가 공인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공동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의 명분으로 미국의 군사적 공격, 특히 핵 공격에 대한 억지력 확보를 들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은 63년 전 정전(停戰) 이후 한 번도 북한을 침공한 일이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도, 심지어 북한의 배후 세력이었던 소련과 동구 공산권이 붕괴된 뒤에도 북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구실은 억지주장일 뿐이다. 북한 당국은 오래전부터 온갖 논리를 동원해 한국을 분단 고착 세력으로 매도하고 자신들을 평화통일 세력이라고 선전해 왔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로 이 주장은 허구임이 드러났다.

통일 당사자의 한쪽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긴장이 고조돼 적대적 관계가 심화되고 평화통일의 필수적 과정인 상호교류와 협력, 화합과 평화 정착이 모두 어려워진다. 교역과 경협으로 북한에 유입되는 자금이 직접·간접으로 핵무기 개발에 투입될 수 있어 이를 주저하게도 한다. 북한 당국이 정치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고 해결에 두지 않고 정권이나 체제 유지에 두어 이를 핵무기 개발로 달성하려고 하는 한 남북한 평화통일은 사실상 요원해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북핵 개발은 반통일적이고 반평화적인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통일 지향적인가, 분단 지향적인가는 정치적 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행동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북핵의 위협을 받는 한국으로서는 우선 국제공조 강화와 한미방위동맹조약 보완, 대중국 협상 지렛대의 개발, 대북 압박 수단의 최대한 활용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한국 내 시설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든가, 동북아 지역 경제공동체의 형성을 추진하는 등 다각적인 방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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