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한·미 간에 논의 중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 인터넷에는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에 노출되면 뇌종양과 백혈병이 생긴다' '내장 기관이 파열되고 몸이 녹아버린다' '미국이 해외에선 미군 없는 지역에만 사드를 배치했다'는 황당무계한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우리 군은 이미 사드보다 전자파가 5배 강한 미사일 탐지용 그린파인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지만 아무런 피해도 없고 괴담도 없다. 그런데 유독 사드만 둘러싸고 괴담이 퍼진다. 사드와 같이 미사일을 포착해야 하는 레이더의 전자파는 비행기를 잡는 레이더보다 강하다. 하지만 미군 교본과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사드 레이더에서 100m 이상 떨어지면 유해하지 않다고 한다. 더구나 하늘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포착하기 위해 레이더는 땅이 아니라 하늘을 향한다. 전파는 직진하기 때문에 땅에 있는 사람에게는 아예 닿지도 않는다. 공중도 5~90도 사이의 5.5㎞ 영역에서만 전파 간섭이 있다고 한다. 미국은 텍사스와 괌, 일본 아오모리현 등에 사드를 배치했지만 아직 피해는 보고된 적이 없다.

사드 배치 거론 지역에서는 국회의원과 시장이 앞장서서 "우리 지역엔 안 된다"며 '사드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괴담을 들먹이는 사람, 자기 지역이 중국의 표적이 될까 봐 싫다는 사람 등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야당도 아닌 여당 의원, 여당 시장들까지 사드 님비에 가세하는 상황이다. 괴담과 싸우고 주민을 설득해야 할 사람들까지 이러는 것을 보면 정치인들이란 표만 얻을 수 있으면 정말 무슨 짓이든 하는 모양이다. 안보가 무너져 나라를 잃더라도 자기 지역구 하나는 지키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지금 노동급(級) 이상 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실질적 방어 체계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사실상 무방비다. 그래서 처음으로 주한미군이 들여오는 것이 사드다. 그러나 북 미사일을 다 막기엔 아직도 역부족이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여기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비록 일부라고는 해도 위기의식은커녕 괴담을 퍼뜨리고 '내 지역은 안 된다'고 한다. 미군이 지켜준 60여년의 세월 동안 안보가 내 일, 우리 일이 아닌 남의 일이 돼버렸다는 개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회는 언젠가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 수없이 반복된 인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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