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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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탄은 아니고 증폭핵분열탄을 실험했다 하더라도 실패했다고 본다."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실시 이후 국방부와 정보 당국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다. 이번 핵실험의 위력은 6킬로톤(kt·1킬로톤은 TNT 폭약 1000t 위력) 정도로 보통 원자폭탄보다 강한 증폭핵분열탄의 위력(40~150kt)에 크게 못 미쳤다는 것이다. 6kt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15kt)의 절반 위력이기 때문에 외형상 이런 설명이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6kt의 핵폭탄이라 하더라도 그 파괴력은 엄청나며, 잇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기술은 계속 진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도심 상공에서 6kt의 핵폭탄이 폭발할 경우 반경 수 킬로미터 이내를 초토화하고 2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낼 수 있다.

문제는 북한 핵폭탄 무기고(庫)는 지난 몇 년간 계속 늘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 6~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한 데 이어 2000년대 초반 이후 원심분리기 가동을 통해 또 다른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을 매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는 10~20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북한의 핵무기는 2020년엔 최대 50개 안팎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최소 130여 차례의 고폭(高爆) 실험을 통해 미사일 탄두로 장착하는 핵무기 소형화 기술도 계속 발전시켜 왔다. 2020년쯤엔 미 서부에 도달할 수 있는 KN-08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장착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물론 미국에도 '핵 재앙'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시시각각 현실로 다가오는 핵 재앙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대북 제재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입장의 획기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8일 한·중 외교장관 전화 회담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미 B-52 전략폭격기가 10일 한반도에 긴급 출동했지만 이는 북한의 추가 도발 억제에 도움이 될 뿐, 핵개발 저지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일각에선 북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예방 폭격'이나 독자 핵무장, 미군 전술핵 재배치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들 또한 경제외교적 타격, 실효성과 현실성 등을 따져볼 때 실현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정은 정권은 '하늘이 두 쪽 나도 핵 포기는 없다'고 공언했듯이 앞으로도 수소폭탄과 ICBM,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목표로 중단 없이 나아갈 것이다. 이를 막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국내외 여러 전문가는 개과천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김정은 정권의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력 충돌을 피하면서 지혜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독자적인 정보 감시, 정밀 타격, 특수전 능력을 서둘러 갖춰야 할 것이다. 핵무장은 하지 않되 일본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 능력을 갖는 핵무장 선택권(Nuclear Option) 전략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빈약하기 짝이 없는 지금의 미사일 방어 능력도 대폭 보강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또 다른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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