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반둥행사 다음날 전격교체… 전통 우방이었던 兩國 '파열음'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 인권' 관련 행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고, 이와 맞물려 북한이 주(駐)인도네시아 대사를 전격 교체하는 등 전통적 우방인 북·인도네시아 사이에 균열음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18일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 주최로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북한인권 행사는 북한의 방해 공작에 대비해 현지 경찰 3명이 출동한 가운데 진행됐다. 앞서 16~17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북한 인권 행사 때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행사장에서 탈북자들에게 욕을 하며 "범죄자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자꾸 이런 일 벌이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협박을 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대사관의 협조 요청을 받은 인도네시아 경찰은 탈북자 등 행사 관계자들이 반둥을 떠날 때까지 밀착 경호를 했다.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은 경찰을 의식해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19일 북한이 이정률 인도네시아 대사를 해임하고 안광일 신임 대사를 임명했다고 발표하자, 현지 외교가 안팎에서는 "북한 인권 행사를 막지 못한 문책성 인사"라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 18일 인도네시아 반둥시 파자자란 대학에서 북한 인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대학 교수와 학생 100여명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미국인 미셸 소넨 북한인권시민연합 캠페인팀 간사가 단상에 올라 사회를 보고 있다. /자카르타=김명성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 18일 인도네시아 반둥시 파자자란 대학에서 북한 인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대학 교수와 학생 100여명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미국인 미셸 소넨 북한인권시민연합 캠페인팀 간사가 단상에 올라 사회를 보고 있다. /자카르타=김명성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북한 대사관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양국 대학 간 과학·문화 교류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자축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이후 인도네시아대학 정문에 북한인권행사 관련 대형 포스터가 나붙고 행사가 크게 열리자 당황해했다"고 했다. 북한 대사관은 행사를 막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를 상대로 총력전을 벌였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인도네시아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인도네시아는 2003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첫 대북인권결의가 채택된 이래 중국·러시아·쿠바·수단·짐바브웨 등과 함께 한 번도 유엔의 대북결의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나라 중 하나다. 1965년에는 김일성이 직접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 같은 특수 관계를 고려해 지난해 조코위 대통령이 당선되자 김정은 명의로 친서를 보내 방북 요청을 했다. 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요청하는 등 양국 관계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검찰총장 출신인 마르주키 다루스만이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임명되고, 엘삼(ELSAM) 등 인도네시아 인권단체가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는 등 각계에서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인도네시아 정부도 더 이상 북한을 두둔하기에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고문(전 통일부 차관)은 "아세안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인도네시아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그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북한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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