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南北합의 이후] '5·24 조치' 문제는 어떻게

- 北사과 반드시 받아야
"원칙 포기땐 北에 나쁜신호" 김무성 대표도 이런 입장

- 단계적으로 풀자
"文句에 얽매일 필요 없어… 예외사항 둬 새 길 뚫어야"

- 무조건 풀자
"교류협력 활성화에 불가피" 문재인 대표 등 주장

통일부가 26일 5·24 대북(對北) 제재 조치 해제 등을 향후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다룰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이 문제가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남북이 25일 동시 발표한 고위급접촉 공동보도문에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남북 교류를 본격화하려면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조치 해제가 필요하다. 일각에서 "조건 없는 5·24 조치 해제"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평도 고기잡이 재개 - 26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당섬 인근에서 우리 어선이 해군 고속정의 보호를 받으며 조업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에 따른 군사적 대치와 태풍 때문에 조업이 중단됐다. /뉴시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연평도 고기잡이 재개 - 26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당섬 인근에서 우리 어선이 해군 고속정의 보호를 받으며 조업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에 따른 군사적 대치와 태풍 때문에 조업이 중단됐다. /뉴시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리 쐐기를 박았다. 결국 북한이 "(천안함 폭침은) 남한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5·24 조치는 남북 교류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야 할 협곡인 셈이다.

5·24 조치 해제 문제에 대한 해법 등을 놓고는 북한 문제 전문가들과 정치권 인사들의 시각도 엇갈렸다. 북한 문제 전문가 다수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시인과 사과가 선결 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북측 사과 수위나 부분적 완화 여부 등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5·24 조치가 해제되려면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등 책임 있는 조치가 당연히 필요하다"며 "정부는 남북관계에 있어 단기 성과에 조바심내지 말고 이번처럼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 없이 5·24 조치를 해제한다면 대한민국은 헌법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게 된다"며 "통일부가 먼저 나서 5·24 조치 해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도 부적절했다"고 했다. 유 원장은 사과 수위와 관련 "이번처럼 두루뭉술 넘어가면 안 되고 반드시 사과다운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승 전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도 "박근혜 대통령이 조건 없이 5·24 조치를 해제할 경우 지지층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여당 내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다수를 차지한다. 김무성 대표도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있어야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통일연구센터장인 정문헌 의원은 "우리 정부가 요구한 북측의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단계를 밟아가며 부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이미 5·24 조치의 실효성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문구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합의에서 '민간교류 활성화' 부분은 5·24 조치 해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며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감안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고 이번 북한의 '유감' 표현이 참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연구원 통일연구실장은 "5·24 조치가 지난 5년 동안 철저하게 이행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조치의 큰 정신과 틀은 유지하되 구체적인 내용에서 융통성을 둬야 한다"고 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도 이번 지뢰 도발 합의를 계기로 천안함 폭침 사과도 '유감' 표명 선에서 합의하려 들 것"이라며 "우리 국민 여론도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해제할 순 없지만 남북 공동 사업 등을 5·24 조치 예외 사항으로 해 진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막힌 길로 가지 말고 새 길을 뚫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조건 없이 5·24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최근 "여야 대표 공동으로 조건 없이 5·24 조치 해제를 건의하는 서한을 대통령에게 보내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한반도평화안보특위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현 시점에서 북한으로부터 천안함 사과·유감 표명을 받기는 힘들고 시기적으로도 늦었다"며 "이번 모멘텀을 활용해 교류협력은 협력대로 진행해 5·24 조치를 무력화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5·24 조치 해제 없이 남북 간 근본적인 경제협력은 불가능하다"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단계를 밟으며 5·24 조치 해제로 가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사과 문제와 관련 "북이 완벽하게 우리가 원하는 사과는 할 수 없을 것이고, 이번처럼 유감 표현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5·24 제재 조치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이후 같은 해 5월 24일 취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 원칙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및 투자 확대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 지원 보류 등이 핵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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