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통일이 된다면… 젊은 아이디어 쏟아진 '대학생 통일리더캠프']

남북어린이 격차에 착안한 '버스 유치원'에 가장 큰 賞
"10만원 노트북 보급하자" "良質 급식으로 등교 독려"
"기업에 北지역 개발권 주고 학교 건설비 받자" 제안도

"북한 아이들은 7~8세 때 소학교에 들어가면서 처음 한글을 배웁니다. 남한에서는 평균 4세에 한글을 배워요. 남한에서는 유치원 선생님 1명이 13.4명의 아이를 가르치지만 북한은 교사 1명이 20명 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통일 한국의 남북 어린이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요?"

지난 5일 경기도 연천군 한반도통일미래센터 대강당. 대학생 이가은(23)씨는 100여명의 청중 앞에서 갑작스럽게 남북통일이 될 경우 북한의 미취학 어린이를 위해 '움직이는 유치원' 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움직이는 유치원' 사업의 재원은 남북협력기금과 민간 펀드식 기부금으로 마련하고, 한국의 남는 교사 인력을 북한에 투입하자는 구상이었다. 통일 직후 당장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는 게 쉽지 않으니 버스를 이동식 유치원으로 활용하면 여러 곳에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북한 어린이들의 학업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씨 등 대학생 5명이 함께 제시한 이 방안은 지난 4~6일 열린 '대학생을 위한 차세대 통일리더캠프' 행사에서 통일부장관상 대상(大賞)을 받았다.
 
'2015 대학생을 위한 차세대 통일리더캠프’ 행사에서 수상한 대학생들이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 한반도평화미래센터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북한 어린이 교육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왼쪽부터 김진영(21·최우수상), 전태우(26·특별상), 강유리(23·우수상), 이가은(23·대상), 고요한(19·장려상)씨. /드림터치포올 제공[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015 대학생을 위한 차세대 통일리더캠프’ 행사에서 수상한 대학생들이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 한반도평화미래센터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북한 어린이 교육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왼쪽부터 김진영(21·최우수상), 전태우(26·특별상), 강유리(23·우수상), 이가은(23·대상), 고요한(19·장려상)씨. /드림터치포올 제공[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이번 행사는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를 하는 비영리단체 드림터치포올이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했다. "한반도가 전격적으로 통일됐다고 가정하고 북한 어린이 교육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보자"는 대회 취지에 공감한 한국 대학생과 미국 스탠퍼드대, 존스홉킨스대, 중국 베이징대 등에 유학 중인 학생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5명씩 한 팀이 돼 2주간 함께 구상한 20개의 교육 시스템을 발표했다.

한 대학생 팀은 북한 어린이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밥부터 먹여야 한다는 내용의 '배부른 소크라테스' 아이디어를 냈다. 또 북한에 10만원짜리 저가 노트북을 보급해 교육 격차를 줄여보자는 '에듀토피아' 교육, 한국 유휴 교원을 북한에 투입하는 '건늠길(횡단로) 교원 시스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배부른 소크라테스' 방안은 저개발국가 학교에서 음식을 제공해 출석률을 높였던 사례처럼 북한 학교에 양질의 급식을 제공해 북한 꽃제비의 수업 참여를 독려하자는 아이디어다. 에듀토피아는 저개발국이 도입해 효과를 봤던 100달러(약 11만원)짜리 노트북 '엑스오'를 벤치마킹했다. 북한 어린이 교육 예산 확보를 위해 통일 이후 북한 국유재산 처리 방안과 연계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북한 지역 개발권을 기업에 넘기고 대신 학교 건설비와 운영비를 대도록 하자는 안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산업은행 이유진 통일사업부 연구원은 "각종 통계 자료 등을 검토해 실현 가능성까지 고려한 아이디어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수상자들은 한결같이 "통일이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대상을 받은 이가은씨는 "방학 때 기업 인턴십 대신 통일캠프에 간다니까 주변에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취업 준비나 하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했다. 2003년 탈북한 이정혁(25)씨는 "주변 친구들이 취직 걱정에 바빠 통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부분이 늘 아쉬웠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서 특별강연을 한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은 "헬무트 콜이 독일 총리 시절 독일 통일이 30년 남았을지 모른다고 인터뷰하고 사흘 만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며 "통일한국에 대비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날 학생들에게 특강을 한 미국의 교육 전문가 캐서린 머세스 하버드대 교수는 "내가 스무 살만 젊었더라면 직접 설계해보고 싶을 정도로 통일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흥미있는 주제"라며 "한국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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