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인신공격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 25일, 북한은 전국연합근로단체 대변인 명의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최근 북한이 박 대통령 비난에 동원해온 언어는 하나같이 상스럽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까지 나서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들도 북한의 막말에는 모욕감을 느낀다'고 한 것은 이례적이다.

직시할 점은 저주성 악담 시리즈를 이어가는 북한의 의도다. 통일연구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5월까지 '조선중앙통신' 내용을 심층 분석했다.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북한의 비난은 모두 152건이었다. 박 대통령 실명을 거론한 것만도 95건으로, 4건 중 3건이 넘는다. 실명 비판을 통한 노림수에 대해 세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 북한은 남북한 당국 간 대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배포를 과시하고 싶어한다.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카드만으로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속내다. 남북관계 우선순위 역시 크게 보지 않는다. 북·일, 북·러, 그리고 북·중까지 뚫어보고 나서야 남북관계를 되짚어 볼 가능성이 높다.

둘째, 대북 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총선 레이스에서 박근혜 정부 전반기의 공과를 놓고 여야 간 격전이 예고돼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기 좋은 타이밍이다.

셋째, 김정은 체제 내부의 충성경쟁 요인도 크다. 박 대통령 실명 비난은 충성 및 생존 경쟁을 위해 더없이 좋은 수단이다. 실명 비난 사유를 14개 요인으로 나눠 330개의 사례를 검토해 보면, 10건 중 2건이 체제 정통성 문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북한의 이러한 노림수가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남북관계를 제외한 북한의 대외관계가 쉽게 열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 김정은의 정상외교 무대 데뷔를 염두에 둔다면 더욱 그렇다. 상대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켜 체제안정을 꾀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안보결집효과(rally around the flag effect)'는 권위주의 통치방식 중 고전에 속한다. 그러나 독재국가임을 자인하는 대외 효과를 감안하면 얼마나 남는 장사인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남남갈등의 노림수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이미 답을 내놓았다. 북한이 합리적인 소통의 자세를 회복하기 바란다. 그래야만 그들 희망대로 '신성한 북남대화'가 빨리 이뤄질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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