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사·외교에 간섭 않고 이란 核 제거에만 집중한 美… 러시아도 미국 편들며 협조
人民은 바깥세상 알아가고 권력 내부 균열 심화되는 北… 核 내놓고 생존·共榮 찾아야

김대중 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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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번 미국과 이란의 핵(核) 타결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를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북한이 살아남는 길이 어떤 길인지를 심사(深思)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의 입장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북한의 생존을 위해 하는 소리다.

북한은 '핵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다. 핵이 아니더라도 저들의 '친구'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이란이 이번 협상으로 핵 보유의 대열에서 이탈함으로써 북한은 이제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믿었던 핵(核) 동조자(同調者) 또는 동업자를 잃었다. 북한은 금년 들어 공산주의 이념의 동조자 쿠바마저 잃었다. 쿠바는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통해 미주(美洲) 사회에 편입되고 있다. 핵에 관한 한 중국은 북한 편이 아닌 지 오래다. 러시아도 그렇다. 이번 미·이란 협상이 타결된 뒤 오바마 미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타결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뜻밖에도' 러시아라고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런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북핵을 옹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아무리 자신의 존립을 위해 핵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강변해도 세계는 핵에 대해서만은 거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 흐름에 역행하는 북한은 핵이 있어도 외롭고 불안하다.

북한 위정자들은 핵 협상이 타결된 뒤 이란에서 벌어진 환호와 축제 분위기에 유의해야 한다. 그동안 이란 국민이 핵 보유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에 얼마나 숨 막혀 왔는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한마디로 이란 국민은 이제 이란에도 살맛 나는 세상이 왔다는 분위기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점차적으로 포기하면서 유엔 제재가 풀리고 한국의 적극적 지원과 투자가 가동한다면 북한 인민이 평양 거리에서 춤추고 환호하는 날이 올 것이다. 국민이 춤추는 세상―이것이 나라의 존재 이유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의 변화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이란의 핵 제거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이란의 주변국들과의 관계, 중동 지역에서의 정치적·군사적(재래식)·외교적 위상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이 협상 결과에 강력히 반대하고 미 공화당이 협상 내용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NYT의 토머스 프리드먼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번 협상을 이란 정권을 교체한다든가 하는 의도를 갖고 접근하지 않았다. 우리는 또 이란과 관련된 모든 국지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관점을 두지도 않았다. 우리는 오로지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이런 말도 했다. "우리는 비록 적(敵)일지라도 때로 그들의 입장에 서 보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팔레비 정권 지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 묵과 등 미국이 과거 이란에 취했던 행동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을 북한과 연관 지어 해석하면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할 경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혜택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출 뿐이며 북한 내부의 문제, 북한의 존재, 주변국과의 정치적 위상 등을 모두 묶어서 패키지로 다루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미국의 공격에 대비하며 한국과의 무력 충돌을 막고 나아가 북한이라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누차 강조해온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관심사가 오로지 핵일 뿐 북한의 붕괴는 아니라는 국제적 공언은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대내적으로도 대단히 어려운 처지다. 지난날 고립 속에서 오직 '어버이'의 세상만 있는 줄 알았던 북한 인민은 북한 너머에 또 다른 세상이 있고 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아가고 있다. 핵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북한의 경제는 날로 피폐해가고 있다. 가뭄으로 농업 생산력은 바닥을 기고 있다. 거기다가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그들의 체제하에서 함께 특권을 누려왔던 권력 내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김정은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지도층(그런 것이 조직적으로 존재한다면)은 여기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미·이란의 핵협상은 북한에 어떤 기회와 용기를 가져다줄 수 있다. 지금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캠플주사나 다름없는 쌀·비료 등의 퍼주기가 아니다. 북한은 국제시장에 '값이 나가는' 핵을 내놓고 북한이라는 나라의 생존과 위기 타개를 흥정할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핵 없는 북한'과 얼마든지 공동 번영을 논할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의 선택은 무엇인가. 분단돼서라도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지 남북 다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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