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사관 표정
주중(駐中) 한국대사관은 탈북자 스페인 대사관 진입 소식을 접한 직후 즉시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중국 외교부, 스페인 대사관 등과 전화 접촉을 하며 비상근무 상태에 돌입했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스페인 대사관측의 연락을 받고 우리 공관 관계자가 오늘 오후 스페인 대사관으로 가 상황 설명을 들은 뒤 원칙적인 우리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사관측은 이미 중국 정부에 “인도적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측은 그러나 문제 해결의 당사자는 엄연히 중국과 스페인 대사관이라며,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작년 장길수군 일가족 사건 때도 당사자인 중국과 유엔난민담당관실(UNHCR)측이 먼저 입장을 조율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당사자인 중국과 스페인 대사관측의 입장이 어느 정도 조율된 뒤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중국에 우리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표출할 경우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 北京=呂始東특파원 sdyeo@chosun.com

북한 대사관 표정
스페인 대사관 남쪽의 르탄베이루(日壇北路)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은 사건 발생 후 여러 시간이 지난 이날 낮 현재까지 평상시와 다름없는 조용한 모습이었다. 다만 오후부터 경비가 강화돼 평소 1명이던 인민무장경찰이 5명으로 증원됐다.

북한은 작년 장길수군 가족들이 베이징의 유엔난민담당관실(UNHCR)에 들어가 난민지위를 요구했을 때와 1997년 황장엽(黃長燁)씨가 한국 공관에 찾아와 망명을 요청했을 때, 각각 자신들의 베이징 대사관 외교관들을 사건 현장에 배치, 면밀하게 상황을 체크했었다. 이번에도 대사관 요원들이 스페인 대사관 주변의 행인들 틈에 섞여 24시간 현장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北京=呂始東특파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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