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부르크할터 외교장관]
유럽式 '협력 안보망' 구축하길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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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의 세력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아시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디디에 부르크할터(Burkhalter·사진) 스위스 외교장관은 "그 선택에 따라 한국이 동북아 안보 구조의 발전을 주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7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OSCE는 헬싱키협약을 통해 2차대전 이후 유럽의 냉전 체제를 종식시킨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후신이다.

부르크할터 장관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우선 북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자(多者) 간 안보 협력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OSCE와 같은 '협력 안보'의 개념이 동북아에서도 이익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효과적인 협력 안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한 국가의 안보를 구축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안보도 증진시키니까요. 협력하면 더 큰 가능성이 열리는 겁니다." 북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6자회담 외에 동아시아에 추가로 다자 안보 협력 체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스위스는 북한과 대화 채널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여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한반도가 '통일'과 같은 큰 변환기를 맞는다면 스위스도 그에 맞춰 정책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며 "OSCE 참여국들은 인권 존중 없이는 안보의 지속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북한 농촌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식수·식량과 토지 관리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부르크할터 장관은 근래의 동아시아 영토 분쟁에 대해선 "OSCE는 영토 분쟁과 같은 갈등을 줄이기 위해 매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상임이사회 회의를 열고 57개 회원국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한다"면서 "동북아에서도 다자 간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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